잠자리의 비행능력은 초월적이다.
잠자리는 한 시간에 백 킬로미터를 날아간다.
뒷산 하나 넘기도 어려울 것처럼 가녀린 몸의 잠자리가
때로는 머나먼 대양 위를 날기도 한다.
물가에서 잠자리를 만났다.
뒤 쪽으로 가서 날개옷을 붙들고 반갑게 인사라도 나눌 생각이었는데,
잠자리는 어느새 멀찍이 달아나 버린다. 뒤에 눈이라도 달린 것일까.
잠자리는 뒤에 눈이 없어도 뒤쪽까지 훤히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검은 콩알만큼이나 작은 잠자리의 볼록 눈.
그 작은 눈알 속에 1만개나 되는 겹눈이 나란히 정렬되어 있다.
큰 종은 무려 2만8천개의 겹눈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나는,
사람은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잠자리 한 마리쯤 가볍게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잠자리 한 마리를 죽이는 것은 결코 눈 하나를 감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무려 1만개의 혹은 2만 8천개의 눈을 전부 감게 만드는 일이다.
두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