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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엔 (6.22)

 

 

긴긴 보고서를 넘기곤 답답함에 기차를 탔다.

평일이라 역사도 붐비지 않았고, 횡한 플랫폼엔 인적도 드물다.

광주행 KTX ..........!!


 

 

내가 앉아할 자리를 한참을 찾아 매점에 들러

아이스커피를 한잔 사서 오른다.

따뜻한 커피가 더 땡기는데 마음보다 주문이 빠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시원하게 전해지는 손바닥 느낌에 명동의 커피향이 묻어난다.

 

텅빈 플랫폼이 내려앉은 날씨만큼이나 썰렁하다.

태풍이 올라오면서 사람들을 움츠리게 하는걸까?

기차에 올라 음악 몇곡듣고 차창밖 보다보니 눈이 가물거린다.

의자에 파묻히듯 잠깐 졸고나니 광주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광주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뿌린다.

이 빗방울은 평택즈음부터 계속 뒷 쫒아 왔나보다.

그래 술이나 한잔하려므나.....!

 

가슴 아픈 사연들을 다 들을순 없어도

한맺힌 표정을 그려볼 수는 없어도

따뜻한 눈물방울에 마음도 젖는다.

 

복잡한 마음들을 쏘맥에 넣고 흔들어 거품에 날려버리자.

그러다가 남은 어지러움은 빗물에 씻기면 되리라.


 

 

하염없이 내리는 빗방울을 벗삼아

우산을 받혀들고 다시 송정역에 들어선다.

 

누구든 아프면서 자라고 견디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난 아직도 어른이 되고 있는 과정인가 보다.

힘주어 잡은 우산 손잡이에 온기가 느껴진다.


 

평일의 플랫폼은 한산하다.

빗소리만 플랫폼 지붕을 나즈막히 두드리고 기차가 빗길 철로에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낯설기만한 광주에 꼭 와봐야 마음이 안정되는 이유는 뭘까?


 

속도를 올리는 기차안에서 찾은 여유는 커피때문이다.

허기는 이미 빗속에 흘려보낸지 오래이고, 커피맛도 모른다.

그냥 그냥 진한 향기에 묻혀 앉아있고 싶어서이다.

 

시속 300Km의 풍경들.......

무심하게 바라보면 시간도 이렇게 훌쩍지나 갈것이다.

그러나 정지한 시각은 흐르지 않는다.

커피향에 묻어나는 그리움처럼 뚜렷해 지리라.


 

 

시속 300km 풍경 둘...

 

시속 300km 풍경 셋...

 

시속 300km 풍경 넷...

 

시속 300km 풍경 다섯...

 

시속 80km 서울 풍경 ...


 

집으로 가는 길.....!


 

빗길을 걸으면서

기차에서 보았던 유레일 코스를 떠 올려본다.

 

나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