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에 참 가슴이 먹먹해지는 뉴스를 본거 같다.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내와 쌍둥이 아들 둘을 건사하던 어떤 가장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생때같은 아들을 부여안고 방안에서 연탄불을 피워 아들과 자살을 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던 어떤 IT업계에 종사하던 청년은 회사에서 잘리게 되고, 살길이 막막해지자 훤한 대낮에 명동에서 자살을 했다.
그깟 돈이 뭐길레... 싶기도 했지만, 저들을 위한 아무런 제반장치도 해놓지 못한 나라탓이다.. 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냥 참 마음이 먹먹해지는 가운데서도 '버진아일랜드'라는 영국령의 섬 어떤 은행에 세금을 내기 싫어 그곳에 870조라는 은행에서 평생 일을 해도 만져 보지도 못할 돈을 감춰두고 있던 한국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존경받지 못하는 한국 부자들
나이를 어느정도 먹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금 나는 부자는 아니지만 당장 식사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당장 어디가 아프면 6개월 정도는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 할수 있는 비용을 모아놓고, 비가오면 피할 지붕이 있는 나는 부유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궁핍하지도 않은 지금의 이상태로도 만족한다. 하지만, 내가 복지나 부의 재분배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정도의 부유하지도 그렇다고 궁핍하지도 않는 삶을 영위할수 없는, 어쩌면 정말 벼랑끝에 떨어질랑말랑 손가락 하나만 떼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걸어가고 싶어서이다.
항상 부의 재분배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 한쪽에서는 '북한에나 가라, 빨갱아.' 소리 지른다. 또한 어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았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행위에 대해선 부정한 방법이든 어떤 방법이든 '노력'에 대한 '댓가'니 뭐라고 그러지 마라고 소리지른다. 또 나를 포함한 어느 한쪽에서는 그 돈을 모으기 위해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도 함께 노력했으니 그 돈을 혼자 독차지 하기 보다는 그 노력 여하에 따라서 나누어 가지자, 라는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한참 대선기간 쟁점중에 하나가 '경제민주화'였다. 이 경제민주화는 경제 생활을 할수 있는 모든 주체들에게 경제활동의 기회를 주고, 재벌중심의 경제정책에서 재벌은 물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까지 모두 혜택과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이 개념을 사회에 적용시킨 경제민주화사회란, 모든 경제주체가 동일하게 법적으로 사회적 보호와 제약을 받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다 넓은 기회를 보장받고 일부 특정집단에 의해 경제력이 남용되거나 독점되지 않는 사회가 경제민주화 사회란다.
글쎄.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은 1%의 경제 주체에게만 국가가 나서 법적으로 사회적 보호를 해주고, 그들을 제어할 아무런 제약조차도 없으며, 1%가 휘두르는 무소불의의 권력에 99%는 피해만 보다, 1%의 사람들만 기회를 보장받고 그 1%의 집단에 의해 경제력이 독점되고 있다. 하다못해 대기업의 빵집과 대기업의 재래시장옆 슈퍼마켓 진출이 그러하다. 무언가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여유를 가지고 나누고 함께 공존해 나가는 방향을 모색해 보기보다는 무슨 대학생이 다섯살 사탕 쪽쪽 빨고 가는 어린아이 세워서 사탕뺏고 주머니에 짤랑짤랑 들고 다니는 동전 뺏는듯한 모습을 보는것과 같다.
지금 한국 부자들이 그러하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축재한 그 부를 지키기 위해서, 정말 인간으로 하지 말아야 하는 방법까지 쓰고 있지. 하다못해 삼성의 반도체 노동자 사망사건, 절대 산업재해가 아니라고 보상 못해준다고 배째라 식으로 우기고 있다. 자신들의 영업이익 0.0001%면 그들을 충분히 치료하고도 남았을텐데 못해준단다. 이유는 모르겠다.
한국의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부'를 부러워 하지만, 그들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그랫다. 존경받는 당당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자로서의 도덕적 책임과 의무 수행'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여론이 많은 가운데, 이번에 터져나온 버진아일랜드의 870조 사건을 보면서, 화가 났다. 하다못해 일개 평범한 사람은 복권을 긁다 얼마에 당첨되도 세금 정말 깨알같이 떼가면서 그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은 세금 내기 싫어서 외국 비밀은행에 꿍쳐두었다는 사실에 참 상대적 박탈감도 느껴지고 그랬다.
버진아일랜드의 870조, 한국부자들의 자화상.
'버진 제도' 이라는 영국령의 섬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엔 스위스 은행과 비슷한 아주 비밀스러운 은행이 하나 존재하고 있는데 그 은행에 한국의 부자들이 조세포탈을 목적으로 무려 870조 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꿍쳐두었다고 했다. 나 역시도 870조라는 돈에 현실감이 안 느껴져서 찾아보니 국채를 2번을 갚을수 있는 돈이다. 그래도 현실성이 안느껴져서 가만히 계산해 보니 대한민국 국민들이 5000만이라는 가정하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1명당 천오백만원에 가까운 돈을 모아야 만들어 지는 금액이란다. 이쯤 되니 현실성이 느껴진다.
예전에 여행한답시고 집을 3개월정도 비워놓은 일이 있었다. 통장을 두개 들고 있는데 하나는 내 세금빠져 나가는 통장, 하나는 내 생활비 빠져 나가는 통장, 핸드폰도 스마트폰이 아니고 세금통장안에 돈 얼마정도 있는줄 알고서 3개월간 자리를 비웠는데 3개월후에 집에 돌아와 보니 이건 난장판이 벌어져있었다. 당장 의료보험료, 전기세, 수도세, 온갖 세금 다 밀려 있고 독촉장이 와서 사람 손발 덜덜 떨리게 만들고 진짜 무슨 빚쟁이 된 심정이 들어서 당장 영수증 챙겨들고 은행가서 갚았다.
나는 나름 세상을 살아오며 털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깨끗한 삶도 살지 못했지만, 또 그리 윤리적인 지탄을 받을만큼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던거 같다. 그리고, 다만 내가 어릴때 많은 도움을 받고 자라 그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베품을 실천하고 산다. 순간이었지만, 저렇게 독촉장을 보고 가슴이 쿵 떨어지고 뭔가 큰 죄를 지은듯한 기분도 들어서 정말 손이 떨렸다.
의료보험료 3개월 밀려서 십만원 남짓한 돈을 내면서 거짓말 조금 보태서 1시간을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는데, 저렇게 많은 돈을 세금내기 싫어서 은행에 꿍쳐두었던 사람의 마음은 어땟을까? 인간은 동물과는 다르게 양심이라는걸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비록 법적으로 처벌은 받지 않을지언정 도덕적,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짓을 하면 가슴이 쿵쾅 거리고 그럴텐데, 그래 아마 인간이었으면 그래 저런짓은 못했을테지,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번 버진아일랜드의 870조는 도덕적,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될뿐더러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하다못해 일개 국민은 복권이나 경품에 당첨되도 제세공과금이라고 해서 22%를 정말 깨알같이 떼가는데 어떤 방식을 통해서 그 많은 돈을 축재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재산에 대해서 세금을 내기 싫어 비밀은행에 숨겨놓는다라. 정말 법이란, 권력이 있는 자에게만 구멍이 크고 권력이 없는 자에겐 깨알보다도 더 잘잘한 구멍이 뚫려있는 그물인가보다.
사회의 유명인들, 특히나 대한민국에서 부자가 된 사람들의 자서전을 몇권 읽어본적이 있었다. 자신을 존경하라는듯 아주 거만하게 주입하는듯한 기분을 느끼며 궁금했다. 도대체 뭘 존경해야 하는거지? 결국 금숫가락 물고 태어나서 그렇게 세습(?)되는 부를 존경해야 되나? 도대체 무슨 노력과 얼마나 많은 땀을 했었길레 그사람들을 존경 해줘야 는거지? 그렇게 세습된 부를 지키기 위해 비록 그것이 부정한 방법이라 할지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노력에 대해서는 그래 존경해야겠다. 내가 무엇을 지키기 위한 그 집요한 정신을 존경하고 본 받아 그 정신으로 공부를 했으면 하버드대 수석 입학 졸업햇을지도 모르니까.
존경할 수 있는 부자가 되길 바라는건 너무 큰 욕심일까?
얼마전 한참 전쟁위협에 대한민국이 들썩거렸을때, 이건희 회장이 외국에서 입국한다고 이제 대한민국 전쟁 안난다고 신나하는 네티즌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냥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저사람들은 전쟁 나기 30분전에 전용비행기 타고 외국으로 튀어요 이사람들아. 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라 왔는데 참느라 정말 혼났다.
경주의 최부자 이야기를 우연히 블로그 탐험을 하다가 읽게 되었다. 육훈 이라하여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 만 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며, 만 석이 넘으면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에는 남의 땅을 사지 마라, 손님을 후히 대접하라, 며느리들은 사집온 뒤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이 가훈을 지켜온 이 최부자 가문의 사람들이 참 존경스러웠다.
노블리스오블리제 라는 말이 있다. 초기 로마의 왕과 귀족들은 평민보다 앞서 솔선수범과 절제된 행동으로 국가의 초석을 다졌다. 특히 포에니 전쟁 때에는 전쟁세를 신설, 재산이 많은 원로원들이 더 많은 세금 부담을 감수했다. 그들은 제일 먼저 기부를 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레에 돈을 싣고 국고에 갖다 바쳤다. 이것을 본 평민들도 앞다퉈 세금을 내게 됐다. 끊임없는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이 나자 전시국채를 발행, 유산계급과 원로원 의원 및 정부요직에 있는 사람들만 구입토록 했다. 평민들에겐 전비 부담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다.
또 그들은 평민들보다 먼저 전쟁터에 나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당시 귀족들의 전시사망률은 평민들의 그것에 비해 훨씬 높았다. 로마의 귀족들은 돈 뿐아니라 피를 흘리는데도 앞장섰던 것이다.따라서 평민들도 전쟁터에 나아가 나라를 지키는데 주저하지 않고 용감히 싸웠으며 이것이 로마군이 용맹함으로 유명한 이유이다. 이런 로마에 대해 돈주고 산 용병따위로 대항한 카르타고는 아무리 한니발같은 명장이 있었어도 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돈이라는 권력을 이용해서, 군대부터 시작해서 세금까지 저 노블리스오블리제, 경주최부자의 정신과는 정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는 한국 부자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겐 정말 코 푸는 휴지도 만원짜리 지폐로 평생써도 남을 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깟 돈이 없어서 아직도 어딘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싶어서 조금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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