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비단이셨습니다.
그런데 전 그런 줄도 모르고
걸레로 내쳐 때 묻은 방바닥을 닦았습니다.
이제야 그 사실을 알고 뒤늦게 후회합니다.
세상이 다 님을 씹기에
저 또한 씹어야만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줄 알았고
님을 씹어야만 세상살이가 나아지는 줄 알았으며
님을 씹어야만 맑고 건전한 사고로
세상을 보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정말 그러했습니다.
님을 탓해야만 나라가 깨끗하고
님을 탓해야만 부강한 나라로 진입하며
님을 탓해야만 흩어진 민심이 모아져
동서 통합과 국론 분열을 막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그러했습니다.
식당에서 내 놓는 밥그릇에 밥이 적어도 당신 때문이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당신 때문이며
옆집에 도둑이 들어와도 당신 때문이며
길가다 넘어져도 당신 때문이었고
처녀가 애기를 가졌어도 당신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그러했습니다.
그 큰 국가정상들과 당당하게 힘을 겨루는 당신이 오히려 깡패로 보였고
주권국가로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려하시는 당신이 어리석게 보였으며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한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반칙과 불법을 배척하기 위해
노삼초사 하시는 당신이 바보같이 보였으면
알 권리란 미명하에 언론에 자유를 마음껏 누리게 한
당신이 동네북으로 보였습니다.
정말 그러했습니다.
님을 마주하는 것조차 싫어 탄핵으로 내쫒으면
IMF란 환란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올 줄 알았고
삶 또한 윤택해지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오히려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며
사색에 젖어 상념하시는 모습이 TV에 비춰질 때 너무나 얄미웠고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당신 모습을 바라보며 깨소금을 볶았습니다.
정말 그러했습니다.
조간신문 머리글에 “대통령가족 기업에 등쳐먹다”란 기사가 나올까봐
출근에 쫒긴 몸을 좌변기에 쪼그리고 앉아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했고
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당신이야 失明이 되든 말든
쌍꺼풀 시술한 사실만을 부각시켜 당신을 깠습니다.
정말 속이 후련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영문입니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제 마음은 공허하고 황폐하며 무기력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제가 이젠 누구를 탓해야만 하겠습니까?
제가 낳은 아이의 속눈썹이 눈동자를 찔러
눈을 바로 뜨지 못해 울고만 있는데······
죄송합니다.
당신을 비단으로 보지 못하고 걸레로 바라본 저의 눈
당신을 대한민국 최고의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비틀어진 마음
이게 다 저의 마음을 짓누르는 업보가 되어 저의 주변을 맴돕니다.
이게 어찌 저 하나만의 문제겠습니까?
님을 씹은 국민이 얼마인데
그들 모두가 겪어야 할 운명이라면
저희는 천벌을 받아도 마땅합니다.
하오나 그들 모두를 용서하소서!
뒤늦게나마 이렇게 반성하고 후회하며 사죄드립니다.
걸레처럼 헤어진 당신 모습이 더 아름답습니다.
당신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최고의 대통령으로 받들어 모시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존경합니다.
아마 당신을 닮은 영도자는 이 땅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기에 말입니다.
아늑하고 고요한 농촌마을 고향으로 귀향하시는 노무현 대통령님!
영원토록 만수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빌며
아둔한 저희에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여 주실 것을
간절히 청원하며 참회의 눈물로 호소합니다.
이제 저는 남은 일생을 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저의 마음을 바로 잡고 사물을 관찰하는 맑은 눈을 되찾아 준 당신
당신이 바로 위대한 대통령님 노무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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