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바다 속 바위에 붙어 참문어와 풀문어가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사랑한 나머지 어부가 자기들을 잡아 올리는 줄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엉킨 다리를 풀고 서로 몸을 떼었을 때에는 햇살이 눈부신 부둣가였다.
"여기가 어디지?"
"육지야."
"왜 우리가 육지로 나오게 되었지?"
"어부한테 잡힌 거야."
"어머! 어떻하지?"
"걱정하지마. 무슨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참문어가 풀문어를 위로해 주었다.
어부는 곧 그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 커다란 항아리 속에 집어넣었다.
우선 그들이 죽기를 기다렸다가 바람 잘 불고 햇볕 잘 드는 곳에서 말린 뒤,
겨울밤 술안주로 삼거나 제삿날 제상 위에 올려놓을 작정이었다.
항아리 속에 갇힌 참문어와 풀문어는 무서웠다.
순간 순간 몰려오는 죽음의 공포에
서로의 몸을 껴안고 떨었다.
"졸지마, 졸면 죽어!"
그들은 기진하여 쓰러지지 않도록 서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려고 애를 썼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몇 날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었다.
"이거 먹어. 먹고 기운 차려. 죽으면 안돼."
참문어는 풀문어에게 자기의 다리 하나를 잘라 주었다.
풀문어는 배가 고팠지만 차마 참문어의 다리를 먹을 수가 없었다.
"괜찮아, 먹어. 난 무엇이든지 줄 수가 있어."
참문어는 풀문어에게 자꾸 자기의 다리를 먹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풀문어는 먹지 않았다.
그 대신 자기의 다리를 잘라 참문어에게 주었다.
"이거 먹어. 너도 배고프잖아?"
참문어도 풀문어의 다리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다리를 먹이려고 둘 다 여덟 개나 되는 다리를 모두
잘랐다.
며칠 뒤, 어부가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보았을 때 그들은 둘 다 죽어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다른 문어들은 단지 속에 갇히면 제가 제 다리를
뜯어먹으며 연명하다가 서서히 죽어 가는데,
그들은 다리를 잘랐으면서도 먹지 않고
그대로 굶어 죽어 있었다.
그들이 서로 사랑한 나머지, 서로 상대방에게 제 살을
먹이려고만 하다가
그만 그대로 굶어 죽은 줄을
어부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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