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그 단어 하나에도 가슴 한구석이 여미고 속절없는 눈물이 흐르던 시절을 다시금 기억합니다. 화려한 휴가 이면에 흐르던 피바람 몰아치던 5월.. 군사독재 찌꺼기들의 마지막 발악이 시작되는 즈음에 다시금 5월 영령들의 피맺힌 외침을 떠올리는 오후.. 나즈막히 5월의 노래를 읖조려봅니다. 봄볕 내리는 날 뜨거운 바람 부는 날. 붉은 꽃잎 져 흩어지고 꽃 향기 머무는 날. 묘비 없는 죽음에 커다란 이름 드리오. 여기 죽지 않은 목숨에 이 노래 드리오.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이렇듯 봄이 가고 꽃 피고 지도록. 멀리 오월의 하늘 끝에 꽃바람 다하도록. 해 기우는 분숫가에 스몄던 넋이 살아. 앙천의 눈매 되뜨는 이 짙은 오월이여.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내게는 영화를 보기전부터
가슴을 짓누르는 뭔가 있었기에
감성에 빠지지 않으려고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끝내는 답답함을 풀지 못하고
그넘의 울렁증으로 극장문을 나서야했다.
울렁증에 몇자 적어본다. |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많이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들은 엄청난 비극을 예고하는 것이었고, 관객 모두를 두려운 예감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저 평범한 시민들의 소박한 웃음들이 광포한 권력의 힘에 얼마나 철저히 유린되고
파괴될 수 있는가를 절절히 예감하며 지레 몸을 떨어야 했다.
비탄과 한숨 속에서 여러 번 눈물을 닦아야 했다.
옆에있는후배도 입 밖으로 탄식과 신음소리를 내곤 했다.
이윽고 영화가 끝났을 때 주위를 둘러보니 눈물 흘린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나이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슬픈 기색이었다.
젊은이들 중에는 오락 영화라도 본 듯이 시시덕거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숙연하고도 무거운 표정이었다.
거기에서 나는 어떤 '공통분모'를 느끼는 기분이기도 했다.
돌아오는길 우리는 영화 <화려한 휴가>와 관련하여 '국가정의/사회정의'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20세기의 후반, 소위 민주국가라는 나라의 도시에서 벌건 대낮에 벌어진 그 엄청난 비극을
나는 지금도 이해할 길이 없다.
최정예부대라는 공수부대가 적군도 아닌 시민들을 상대로 대규모 작전을 벌이고
수많은 시민을 무차별 살상한 그 만행을 어떻게 잊을 수 있으며,
용서가 과연 가능한 것인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시 지휘관들 중에서 최초 무차별 폭력 진압을 지시한 자와
발포를 명령한 자를 아직도 가려내지 못한 채, 반성과 참회를 표명한 자가 아직 아무도 없다는 사실,
그리고 시민을 학살한 만행의 공으로 서로 훈장들을 나누어 가진 군대 내 사조직의
'똥별'들이 지금도 태연한 표정으로 '내로라' 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오늘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정의되는 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사건이다.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국가정의와 사회정의를 갈망하는 모든 시민들이
다시 한번 그때의 광주를 돌아보며, 공분(公憤)의 탑을 쌓고,
이 정도까지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우리 국민의 원동력과 광주 시민의 희생에
숙연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화려한 휴가>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여러 가지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영화작가'의 존재가치를 분명하게 제시한 작품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난 아직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분노하지 않더라도
잊지 마세요
그 한 마디
슬퍼하지 않더라도
잊지 마세요
그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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