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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가 들어봤던 음악

센스있는 녀석

 

  청설모 사진 올릴때 까지만 대신해중 햄스터....ㅋㅋㅋ

 

< 서오릉 청설모 사진 자리 >

 

 

 

며칠 새 산이 바뀌었다.
내 시야를 방해했던 하루살이들이 말끔히 사라진 것은 반가웠다.

길은 그대로인데 나무들은 힘이 없다.
나뭇잎들이 지난 비바람에 뿔뿔히 흩어져내린 까닭인가.

오늘 만난 청솔모가 모두 세 마리..

처음 만난 청솔모는,
등산객이 먹다버린 지 덩치만한 옥수수자루를 들고
뽀로로 달리다가.
깜짝 놀란 내 비명소리에
더 깜짝놀라면서 옥수수자루를 떨어뜨린 채 나무를 탄다.
잠시 멈칫한 기운을 보이더니
이내 내가 자기 편임을 알아채고는
다시 나무에서 내려와 떨어진 옥수수자루를 챙겨들고 유유히 사라진다.

두 번째 만난 청솔모는,
낙엽길을 바삭바삭 밟으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사라진다.
청솔모라는 존재를 자세히 볼수 있게 해준 고마운 놈..
촘촘히 뜯어보니 참 정이 안가는 스타일일세.
때깔하며 발가락하며.. 여튼..

세 번째 만난 청솔모는,
바로 내가 오늘 산행에서 만난 값진 친구다..
이 놈은 나무와 나무 새를 거침없이 뛰어 다니더니
나무와 나무 사이가 너무 멀어
자기 깜냥으로는 건너뛸수 없는 나무 사이 앞에서는
아무 미련없이 쪼로록 바닥으로 내려와 다시 나무를 타는 겸허한 자세를 보였다.
이 놈 참.. 적시에 미련을 버리고 포기를 하는 매력있는 놈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이쁜 놈을 만나니 기분이 좋다.
저 정도 센스라면 외모도 용서가능..^^

다음 산행에서는
눈여겨보고 온
이름모를 꽃들과 버섯의 위치가 그대로인지
찬찬히 살펴보리.
좀 더 욕심을 부려 아까 그 놈을 또 만나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