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B 인수위'가 이렇게까지 '삽질'을 할 줄은 미처 몰랐다. 통신비 20%인하를 밀어붙이려다 예상외로 이동통신 3사가 세게 나오자 뒷걸음을 치더니 몇일 더 고민하고 들고 나온 게 '통신 과소비를 막겠다'는 안이다. 휴대전화 수신자에게도 요금을 부과하고 통화시간이 길어질 수록 시간당 요금을 많이 부과하는 누진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통신료 부담을 낮춰 달랬더니 요금을 올려 휴대전화 사용량을 줄여버리겠다고 한다.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아이큐 430의 '허본좌'도 생각하지 못한 기가 막힌 발상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것인가.
사실 휴대전화 요금이 비싸다는 소비자들과 시민단체의 지적이 이어질 때마다 정보통신부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통화량이 많아서 문제다라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통신산업은 초기 통신망을 구축해 놓으면 휴대전화 사용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단위당 비용이 줄어든다. 때문에 통신요금을 내릴 여지가 많아진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국민들의 휴대전화 사용량이 많다는 것은 요금이 지금처럼 비싸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와 같다.
특히 원가가 미미한 문자메세지(SMS)를 건당 30원씩 받다가 20원으로 겨우 10원 내려놓고 생색내는 것은 상당히 민망한 일이다.
문자메세지 고작10원 내렸다고 생색내는 통신사들
휴대전화 요금이 치열한 시장경쟁을 통해서 결정된 것이라면 말도 안한다. 현재의 요금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 정부에 요금을 인가 받아야하는 SK텔레콤이 요금을 결정하면 KTF와 LG텔레콤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따라가는 형식이었다. 사실상 담합 구조인 것이다. 세 이동통신사가 문자메시지 요금을 똑같이 1건당 30원씩 받다가 새해 들어 똑같이 20원으로 내린 것이 과연 우연일 뿐일까.
이는 시장 참여자가 3개밖에 안되다 보니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후발사업자들이 가격경쟁을 통해 선발사업자의 가입자를 뺏어 오는 것보다 그들의 높은 가격을 따라가는 것이 이익 극대화에 도움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내수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높은 가격 책정과 GM대우와 르노삼성의 따라하기가 국내 내수 시장의 자동차 가격이 해외에서 판매되는 같은 모델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이유다.
따라서 휴대전화 요금을 내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통신 시장의 참여자 수를 늘려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굳이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 이동통신사들의 '팔을 비틀' 필요가 없다. 이는 '비즈니스 프렌들리'하겠다는 2MB와도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다. 그리고 시장참여자 수를 늘리기 위한 방안은 이미 마련돼 있다. 기존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제도가 법 통과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MVNO 사업자는 현재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SK텔레콤의 망을 빌려 브랜드는 물론 요금체계까지 독자적인 이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통신망 구축에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는 통에 신규 사업자의 진출이 어렵던 이동통신 시장에 제4, 제5의 사업자가 뛰어들기 쉽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늘어나고 요금경쟁도 한층 치열해져 가격인하 가능성이 높아진다. SK텔레콤도 이 MVNO제도를 통해 '힐리오'라는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인수위 고따위로 일할 거면 차라리 놀아라
그러니까 수신자 요금부과나 요금 누진제 따위를 요금 인하 해법이라고 제시할 거면 '2MB 인수위', 차라리 일하지 말고 놀면 안될까. 일 안해서 국민들에게 세금 아깝다는 비난을 들을까 걱정이라면 정말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거대 통신사인 SK텔레콤이 MVNO에게 망 이용료를 너무 높게 부과하거나 망 이용에 있어서 자사와 차별을 둬 제4, 제5의 이통사가 출현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이 MVNO에게 자사의 가입자를 뺏기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보기만 할 리는 없다.
따라서 MVNO제도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거대 사업자가 횡포를 부릴 수 없도록 시장에서의 경쟁 규칙을 제대로 만들고 향후 불공정 거래가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고 사후 규제를 집행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경쟁이 활성화 되고 기업에게 돌아가던 '과점 이익'이 요금인하의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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