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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가 소망하는 세상

파올로 코엘료의 "순례자"

어제 오후에 실로 오랜만에 낮잠을 잔 관계로(아파서 그러긴 했지만) 지금까지

깨어있고 이제 정리를 하고 눈을 붙이고자 한다.

늦은 시간 손가락에서 벗어나라, 뉴스 후를 보고나선 영 찜찜함이 떨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잡은 책이 파올로 코엘료의 "순례자"이다.

 

 

 

 

1. 코엘료의 순례자...
코엘료의 순례자를 읽었다.

읽고나니 마음 속에 넓은 여백이 생겨났다. 연금술사를 읽고 나서도 그러했다.

그 공간에 나만의 답을 담으라는 코엘료의 배려일지... 그는 경외로운 작가이다.

신비주의적인 색채 속에서 정통 로마 카톨릭과는 일정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신과의 만남,

진정한 종교적인 체험을 주제로 다룬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소설이 나오게 된 영적 체험의 근원으로 이 순례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즉 코엘료의 자전적인 내용도 들어있는 셈이다.

또한 순례 여정은 삶의 상징으로 보인다.

읽는 내내 종교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종교는 무얼까...

평소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공고해지는 한 부분이 있다.

한마디로 요약해 보면 종교는 깨우침이 우선해야 하며 그것은 스스로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2.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포교에 열심인 분들을 여전히 많이 보게된다.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자신의 체험을 과시하고

다른 이들의 삶을 불쌍하게 여기는 이런 행위는 많은 이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법인데...

이런 분들을 보면 능엄경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 떠오르곤 한다.

관지망월 觀指亡月... 달을 가리킨 손가락을 바라보느라 달을 보지 못하는구나...

국내 가장 중요한 종교인 기독교나 불교 모두 고급 종교이다.

한 두 마디 현혹하는 말로 사람들을 등치는 사이비 종교와는 달리

삶과 생명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기반으로 신앙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탁월한 종교이다.

물론 신앙인들을 이끄는 종교인들과 그 시스템에 따라 그 품질의 차이가 크지만,

그 교리가 상징으로 채워질 수 밖에 없을 만큼 이들 종교는 그 폭과 깊이가

어마어마한 완성도를 갖췄다.

믿는 자세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본다.

종교가 신과의 연결통로라고 정의하는 것을 수용한다면 결국 종교는 수단이라고 보아야 한다.

정통 종교들은 신성(神性)을 형상화하는 것에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그 근본으로 파고 들어가

신의 개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상당 부분 일치한다.

마치 장님 두 사람이 각자 코끼리의 한 부분을 만지고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코끼리의 피부에 대한 묘사는 일치하는 것과 같다.

단적인 예로 고급 종교에서 신성이 위치하는 소재지가 한결같이

'마음 속'이라는 공통점을 꼽을 수 있다.

불교에 신이 있다면 내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이며 기독교의 천당도 내 마음 속에 있다는 뜻이다.

이는 신과의 진실한 교감은 마음 속 깨우침으로 비롯된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개인의 각성과 마음의 평화, 행복이 주위로 퍼져나갈 때

그 모습이 바로 천국 혹은 해탈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즉 종교는 '신 혹은 자기 내면의 깨달음'(달)으로 향하게 해주는 수단(손가락)이다.

신으로 향할 자유의지가 없거나 신과 만나는 존재로서 중심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종교집단

혹은 종교시스템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의무로 하는 시들한 신앙 아니면 맹신 혹은 광신이 생겨나는 이유일텐데

그런 신앙은 완전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손가락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껏해야 일회성에 불과한 영적체험 만으로 모든 것을 얻은 듯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광신에 휩쓸리는 것은 바른 종교생활이 아니다. 만약 신이 있다면 신이 원하는 삶은

그 자체로 더욱 가치있어야 하지 않을까?

3. 몇몇 종교인들의 호화로운 생활...
에 대해 취재한 뉴스후라는 프로그램이 화제다.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종교인의 입을 통해 혐오스런 수준의

속물성을 듣는 것이 생경했다.

재벌과 다름 없는 대형교단의 행태들도 주목할만 했고 불법 탈법 편법행위들에 대한

사회적인 필터가 필요해 보였다.

미꾸라지들 몇 마리가 날뛰는 장면을 보면서 무신론자들의 거부감이 한결 더했겠지만

흙탕물은 다시 잔잔해 질 것이다. 물론 맑아진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인들의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활용하여 개인 축재 노하우를 쌓아온 종교인들.

그들에게 종교는 무엇일까. 수익성 좋은 사업체?

그들은 종교의 역사와 함께해 온 기생충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이런 이들 때문에 뛰어난 종교인들까지 매도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신으로 향하는 길을 인도하는 종교인들 역시 손가락이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썩었다.

썩은 손가락은 도려내야 한다.

사회적으로 격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안 썩었다 하더라도, 설령 너무나 존경스러운 분이라 하더라도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되 달이 보이거든 손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반복하지만, 종교는 깨우침이 우선해야 하며 그것은

스스로 얻어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순례자의 길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이다.

 

 

 

...............................

이글 거의 다 써가는 도중에 아들녀석이 눈비비면서 와서 묻는다.

아빠 오늘 유치원가는날이야?  ..............!

 

이 어린녀석도 어린이집에 스트레스 받나....!!

 

"아냐 오늘 휴일이야 더 자도 된다...^^ "

 

그말을 듣고 턱턱턱턱 걸어들어간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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