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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네 살아가는 세상

사진 한장만 남은 갈치낚시

 

 시월경이었던 같다.

더 추워지고 바빠지기전에 한번 다녀오자고 하고 예전부터  낚시좀 델꼬가라는 조카에게 문자를 넣었다.

무조건 가겠다는 조카의 답장을 보니,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나이가 원투쓰리가 아닌데 할 수있겠지 하면서도 은근 걱정이 되는건 어쩔수 없다.

 

밤중에 다음날 새벽 비행기를 티켓팅하고

조카에게 전화를 하니 아무준비도 안하고 맥주 한잔하고 잘려고 한단다. 헉 ㅠㅠ

술은 더 마시지말고 일찍자라 아침에 올때 두터운 점퍼나 챙겨서 오너라하곤 끊는다.

 

나야 언제든 떠날 수 있게 준비되었지만, 조카가 사용할 낚시대며 채비며 릴2대 이것저것 준비하려니 

자정이 넘었다. 암튼 조금이라도 푹~자야 멀미 안한다.

저녁에 아랫층 택시기사님께 부탁해둬서 다음날 새벽6시경에 만나 공항으로 고고씽~~~

은근히 신경쓰이는 조카에게 전화 했더니 "삼춘~ 공항버스가 40분째 안와요~~" 나한테 어쩌라고~

공항에 도착해서 또 전화해보니 조용하게 목소리가 가라앉는게 버스타고 졸고 있나보다.

 

비행기 스케줄과 시간등등 가르켜주고 알아서 오라고 하곤

먼저 내려가서 렌트카며 준비할것들이 있어서 제시간에 출발했다.

 

그렇게 혼자서  낚시장비 챙겨와 티켓팅해줘 나도 그런 삼촌있었으면 좋겠다.^^;;;;;

이래저래  자판기 커피 한잔도 못마시고 어여부영 제주공항에서 시간보내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삼춘~~~~"하면서 배시시 웃는다. ^^;;;

어쩌랴~ "야~~타~! 아침 먹으러 가자~!" 했더니 김포공항에서 먹었단다. 헐~~~~

운전은 자기가 하겠다는걸 익숙치 않은 길일텐데 그냥 내가 하마곤 방향을 잡았다.

 

제주시를 조금 벗어나 5.16도로에 접어드니

빛나는 억새들과 가는 이슬비가 뿌린다. 구름 가득한 하늘과 바람이 심상치 않는 예감이 든다.

 

가다가... 놀다가... 놀다가... 가다가하면서 도착한 위미항........

내항쪽은 잔잔한데 방파제 위에 올라가 외항을 보니 흐~~미 너울이 장난 아닙니다.

 

나야 한두번 타는 배가 아니니 배멀미야 죽어라 참으면 된다치지만

조카녀석은 은근히 걱정이 되어 "너 배멀미안하냐~?" 그랬더니  아주 자신있게 안한단다....! 오케이~~^^

 

그렇게 내항쪽에서 조카에겐 3.5호 에기를 메달아주고 무늬오징어 에깅낚시를 해보라고 건네주고..

난 28그램 스픈으로 롱캐스팅 바닥을 슬쩍슬쩍 건드려보지만 입질은 없다.

제주에서 스픈으로는 한마리도 못올려봐서 늘 가면 도전하게된다.

 

1시가 넘어서자 선장한테 전화가 오자 예전에 갔던 물회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장비를 서둘러 접고는 출발했다.

 

공성포 물회집...

까만 자갈들과 까만모래들로 이루어진 작은 해변을 앞에두고있는 아주 특별한 음식점이다.

주변엔 아무런 음식점이 없다. 예전에는 많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사람들도 맛있어서 찾는다는 물회집이다.

지금은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맛집순례처럼 여겨지는 곳이기도하다.

 

우리가 마당에 주차하고 선장과 만나 인사하고 들어갈때는 아무도 없었다.

한치물회와 자리물회 두가지에 한라산 한병.....

날씨도 흐리고, 바람도 불고, 너울도 높고, 비는 내리고, 술은 받을것 같고....

물회에 밥을 뚝딱 비우고 술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는 내게 선장은 높아도 바다에 나갈거라고 웃어준다.

그 웃음에는 단단히 준비하라는 말도 들어있는거 같아서 긴장이 된다. ^^

 

다시 위미항에 돌아와서 이거저거 꼭 필요한 장비만 챙겨서 배에 옮겼다.

 

오후 4시에 출항.....

1시간반에 항해하여 도착한 오늘의 갈치조업 포인트 도착.

선원들의 바쁜 움직임을 멍~하니 바라보는 조카~ ㅋㅋㅋ

예전에 나도 저랬으리라~~!

조카에게 방해되지 않고 안전한곳에 있으라하고 풍(수중앙카)를 내리는걸 돕는다.

이윽고 석양이 지고, 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30여개의 1.5KW 집어등이 밝혀진다.

 

심해는 너울에 중심잡기 바쁜 조카....^^;;

어쨌든 갈치채비(20M)에 1KG봉돌달아 낚시대를 건내주었다.

내 채비(가짓줄 15개에 40M)의  반도 안되는 바늘 5개만 달아주었다.

 

조카는 생각했던거보다 무지막지한 채비에 놀라워한다.

미끼로 쓰일 냉동 꽁치 써는법.....

배 난간에 빈채비 정렬법....

미끼정렬하는법.....

미끼끼우는법.....

봉돌던지는 법.....

수심 탐색하는 법.....

낚시대 끝에 오는 갈치어신 구별하는 법....

.............잠시 갈치가 물어줄때까지 기다린다.....

 

원줄감고 낚시대 세우는법......

가짓줄잡고 원줄 사리는법......

원줄잡고 가짓줄 사리는법.....

원줄잡고 갈치처리하는법......

다시 처음부터 반복....^^;;;

...............

 

다시 미끼 끼워 던질때까지 가르켜주는데 30분이 소요되었다.

 

나 지금 멀미하는거 같은데.....ㅠㅠ;;;;;

 

서해 우럭낚시는 몇번 가봤다는 조카는 1KG의 봉돌 무게보다는 칠흑같은 어둠과 높은 파도가 더 부담스러우리라.

채비를 던져 넣으면서도 온 신경은 등뒤에 있는 조카에게 가있다.

 

조카는 생전 처음으로 갈치낚시 아니 갈치조업을 나온것이다.^^;;;

일일어부체험이라는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란것도 안다.

 

수심을 맞춰놓고 조카에게 가서 할만하냐고 했더니 중심잡는거 빼곤 괜찮단다.

급할거 없다 천천히 하라고 하곤 원줄을 사리는걸 지켜보고있자 선원들이 웃는다.

 

그렇게 시작한 갈치낚시 조카는 1시간만에 갈치 두마리잡고 이마에 땀에 송글송글하다.

10분정도 지나자 원줄과 가짓줄을 사려놓고 선실로 아웃~~!

멀미약을 먹이곤 좀 자라고 하고 난 일일어부가된다.

 

올라오라는 갈치는 안올라오고 만새기만 올라오고 가짓줄과 원줄이 엉켜 채비다시하기 바쁘다.

만새기는 힘이좋아서 종횡무진 위아래로 휘젖고 다니면서 가짓줄을 전부 헝크러 놓는다.

그때까지 내가 잡은 갈치는 미끼로 썰어버린 3지 싸이즈말고 20여 마리가 전부였다.

 

그렇게 4시간정도 하고나니 슬슬 멀미의 한계가 보인다.

멀리약을 먹고 잠시 앉아있다가 다시 던져보지만 고등어와 만새기가 야단이다.

평소같으면 만새기와 삼치는 포를 떠 최고의 갈치미끼로 쓰인다.

잡히는게 만새기니 영 오늘은 안될모양이다.

 

11시경 야참을 먹고난 후 잠시후에 나도 선실로 들어와 조카옆에 눕는다.

아~~ 이넘의 멀미~~~~  ㅠㅠ

 

1시경에 다시 나와서 던지니 여전히 만새기만 올라오고 3지싸이즈 갈치만 간간히 올라온다.

장비를 챙겨 가방에 넣고 선원들 작업하는걸 보고있으니 선장이 그만하자고 한다.

도저히 갈치조업이 안되는 것이다. 무선통신기기에서도 여기저기 조황들이 들려오는데

모든 배들이 만새기만 올라온다고 난리다.

 

2시반경 귀항하는 뱃전에서 바라보는 오리온좌....

조카에게 소감을 묻자 .. 겸손해야하고 체력관리 잘해야하고 열심히 살아야 겠단다~! ^^

태평양 바람과 파도에서 느낌 잊지 않겠단다. ^^

 

마음을 열어 심해의 소리를 들어보자.

위대한 자연 앞에 아주 작은 나와 신의 섭리를 이해해보자.

 

 

 

 제주공항은 올때와 마찬가지로 화창하기만 하다.

바다 상황과는 전혀 반대의 날씨에 괜시리 맘상한다.

좋은 마음으로 왔다가 좋은 마음으로 가는것이니  웃으면서 기념샷을 날린다.

 

 

 밤새 어둠과 높은 파도와 무거운 채비와 멀미에 초죽음이된 울 조카다.

하는일과 이것저것 스트래스 많아  따라나선 바다였지만, 좋았다는 조카녀석...^^

여자친구와는 어떻게 지내는지.....

결혼은 언제 할건지.....

.................. 기타등등..

조심스럽게 물어보라는 누님의 부탁을

난 차마 묻지 못했다.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조카의 얼굴에 그 별들이 쏟아져 내려 빛났기 때문이다.

 

귀항해서 밤바다을 보면서 술잔을 기울리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동이틀때까지 했다.

말문이 터진 조카는 배타기전 긴장상태의 분위기부터 ...

어부와 자기를 비교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

직장에서 인간관계 등등....

조카의 일상과 생각들을 난 걍 들어만 주었다.

칠흑과 같은 어둠과 가로등 불빛아래 있는거 만으로도 편안하다는 조카의 말....

 

사랑하는 조카야~  능동적으로 열심히 깨어서 살아라.....! 이말을 마지막으로 차에서 둘이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을 먹고 공항주차장에 잠시 눈을 붙이자  화창한 날씨다.

조카는 출근해야해서 급하게 올라가야 된다면서 가방을 챙겨 메고 나서고

난 차량을 반납하고 공항에 들어선다.

 

 

집에 돌아와 만새기를 손질하는데 엄청 큰 물고기라면서 좋아하는 울 아들..... ^^

겨우 한장 찍어주고 혼자서 열심히 얼짱각도로 셀카질하는 울 딸...... ^^

 

 

 다음 기회에 조카랑 같이 낚시를 가게되면

이런 저런 대화가 될것이라 확신한다.

 

혹한기에 조카와 함게 바다를 한번더 나가볼 생각이다.

 

잡아온 만새기로 회쳐먹고 생선가스해먹고 찌게해먹고

도저히 피곤하고 손질하기 싫어서 소금에 절여 급냉시키고...... 갈치가 없는 무박2일의 제주도 갈치낚시를 접었다.

 

갈치는 한마리도 없고 만새기와 삼치6마리로만 40여 키로그램이었다.

 

이틀째 감기몸살로 방바닥만 파다가 컴을 뒤적거려 사진을 보다가 

간단하게 쓴다는게  쓰잘데 없이 길어졌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