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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네 살아가는 세상

단식 6일째

단식 6일째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이거 저거 신경 쓰이만한것은

가까이 하지 않았다.

 

 

                                              (   최근 제주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

 

오늘은 약간의 한기때문인지

깨어나 잠깐  앉아서 기도문을 외우곤 창밖을 보다가

컴을켜고 앉았다.

 

시사적인것들을 일부러 피하려고 했는데

아직도 수양이 덜 되었는지 쉽게 클릭질이 되어버린다.

얼른 닫고 눈을 감는다.

 

^^.......

오늘은 내 넋두리만 하기로 한다.

본단식 6일째 

정신상태 = 아주 맑고 좋음

육체상태 =  나른하고 쉽게 지침

대화상태 = 어눌하듯이 느려짐

판단력 = 약간 떨어짐

명현반응 = 2일째 심한두통과 무릅아픔, 3일째 숙변배출함, 4일째 콧물엄청 

                     지금은 모든게 말짱함 ^^

 

본단식 시작과 동시에 생수로만 4일을 하다보니

겨울 지금처럼 혹한기에는 체력소모가 봄가을에 비해 두배정도가 많다는걸  느낄 수 있다.

우선 몸으로 느끼는 한기가 제일 크다.

다른건 어떻게 견딜 수 있는데 일단 한기가 들면 힘들어진다.

그땐 따뜻한 물로 가볍게 체온만 올린다는 식으로 샤워을 한다.

 

 어제부터(5일째)  생수단신을 그만하고 보식단계로 넘어가려고 야채스프를 끓여 달라고 했더니

울 마눌님께서 인터넷을 뒤지더니 저녁에 나가시더니  한밤줌에야 들어오신다.

양손에 이거저거 사온게 심상치 않다.

그냥 두고 봤더니 이것 저것 저울까지 사용하면서

식재료을 준비하고 끓이기 시작한다. 

확신에 차서 반짝이는 눈빛이다. (이런땐 왠지 불안햐~~~~~ )

 

TV서도 기획프로그램으로 방영도 되었고, 웹상에 동호회도 많고

야채스프의 효능에 대해 길게 설명을 한다.

나 그런 스프를 원한게 아니고 그냥 미음같은 스프를 원했는데.....

그래도 이거 먹어보란다.

 

센불과 중간불을 조정하고 알람까지 맞혀놓은 품세가 만만치 않아서

웃어만 주었다. ^^ 이대목에서 토 달았간 생수 단식 15일로 늘어날 수 있다.

거실에 누워있는데 냄새가 솔~솔~ 나를 자극한다.

보통같으면 식욕을 자극할터인데 이 냄센 오래된 추억을 자극한다.

 

지금 끓고 있는 야채스프의 정체가 궁금해서

슬그머니 일어나 주방쪽에 가보니

유리그릇에 당근,무,무우청(시레기),우엉 등등이 요란한 춤을추듯

썰지 않는채로 통으로 움직이는게 볼만했다.

 

문제는 예민해진 후각감각 기관의 오래된 기억을 일깨워낸 냄새이고

이건 분명한 쇠죽냄새였다. ^^

 

겨울이면 가마솥에 고구마줄기, 수수,콩깍지, 무우시레기, 당근, 배추시레기,볏짚썬것

등등을 넣고 푸욱 끓이면 이 냄새가 났다는걸 기억하고 있다.

쇠죽을 쑤는동안 뒤에 있는 눈맑은 소가 매운 연기에도 바라보고 있었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쇠죽을 구시에 퍼넣고 마지막으로 고운 보리겨나 쌀겨로

고명언듯 끼얹어 잘 섞어주면 사람의 식욕을 자극할 정도로 냄새는 좋아진다.

소가 먹는 동안 아궁이 속 구운고무마 맛도 잊을 수 없다.

그때 그 추억 아련한  냄새가 분명해서 얼른 맛보고 싶어졌다.

 

끓던 용기가 식고 건데기는 건져내고 물병에다 따루니 정확히 1리터이다.

색깔은 우롱차보다 엷은 갈색이고,일단 맛부터 보기로 한다.

음~~ 먹을만하다. 물론 간은 안되어있어 더욱 차맛같다.

첫잔이라 나를 바라보는 가족들 음 좋아 한마디에 서로 맛을 보겠단다.

다들 조금은 비장한 표정이다.

 

지금도 글을 쓰는동안  난 내내 웃고 있다.

마눌님이 심혈을 기울려 만든 야채스프가 여러 사람들에게는 약처럼 쓰인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그걸 몽땅 섭렵이라 하듯이 여러시간 읽고는 만들기 시도한 대단한 마눌님~!

 

쇠죽을 안끓여 본 사람은 이 냄새를 모를것이고 그냥 차 우려낸  맛일것이다.

하긴 쇠죽도 다 건조한 재료를 넣고 끓이는거라 원리는 비슷해보인다.^^

우리 마진교 신자들은 누구나 이 냄새를 10리 밖에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스프를 마시면서도 내내 기분좋게 웃고 있다. ^^

 

야채스프에서 어머님의 불삐땅과 활활 타오르는 꿈들 ,

윤기 자르르한 어미소와 뿌사리..., 가난한 나무청의 숨겨둔 술독,

하얀눈이 쌓인 거적친 돼지우리와 산고중인 어미돼지,

털 뽑힌 오리가 뛰뚱거리는 눈 덮힌 마당,

쫏고 쫏기는 놀이로 늘 야단만 맞는 개와 고양이,

장작불에 박달나무를 구워 코뚜레를 메시던 아버지....

군불지펴 뜨끈한 아랫묵에 누워  편안 표정의 어머니....

고맙고 감사한 부모님과 추억들....!

 

 

쇠죽냄새나는 멀건 야채스프에

본단식을 일주일 채워볼까......!^^

그럼 보식으로 미음만 일주일.... 죽으로 일주일.....

그러면 설이 되는건가......!!^^

 

일단 오늘까지만 본단식을 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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