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찬이가 소망하는 세상

고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 1주년 추모미사(용인 성직자 묘역)

 아침에 일어난 시각은 04시....

오늘은 천주교 용인 성직자 묘소에서 주일미사중계대신 추모미사 중계를 한다.

따뜻한 차 한잔을 하고 회사에 도착하니 이미 중계차엔 시동이 걸려있고

스텝들은 방송장비들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10분 후 출발한다고 알려주고 사무실에 들러서 내려왔다.

07시  내가 탄 중계차가 먼저 출발하고 이어서 3대의 스텝차량이 뒤따른다.

 

..................................... 

2009년 2월 16일, 코끝이 시렸다.

입춘이 지난 후에도 불어오는 한풍 탓도 있었겠지만

한국교회의 영적지도자였던 김수환 추기경을 잃은 슬픔 탓이 더 컸다.

추운 날씨에도 김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눈과 마음에 담기 위해 길게 늘어섰던 행렬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렇게 장례기간내내  한기와 피곤과 싸우면서 방송하고 있을때 

따뜻한 마스크와 먹거리를 스텝들에게 제공한 따스한 마음도 잊지 않고 있다. 

 

 

 

여명이 밝아오는 한남대교를 지나고 있다.

 

 

고속도로엔 이른 시간인데도 차량들이 많다.

평일에 비하면 원활한 상황이다. 

 

 

판교를 지난다....

작년에도 이길을 지났었다.

지금은 공사가 끝난 상황이고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서 많이 달라져 있다.

 

 

길을 잘못들어서 우회해서 찾아들어 가고 있다.

 

 

눈쌓인 입구 주변을 지나고 있다.

 

 

일 년이 지났다.

선종 1주기 추모미사를 중계방송을 위해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지 내 성직자 묘역을 찾았다.

날씨는 여전히 코끝이 시리도록 추웠다. 개인적으론 방송 때문에 4번째 방문이다.

일 년 전과 같은 긴 행렬은 없었지만 김 추기경을 잊지 못하고 찾아오는 이들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침 일찍 찾아간 용인공원묘지는 일반신자는 없고 관계자들만 분주하다.

영하의 날씨와 세찬바람까지 더해져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김 추기경 묘소 주변 곳곳에는 온기가 배어 있었다.

코팅된 흰 종이에 정성스럽게 적어 놓은 시 ‘임의 향기’, 짤막한 편지 등에는

김 추기경을 잊지 않은 이들의 온기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누군가 놓고 간 귤도 얼어 있었지만 추기경을 향한 마음이 향긋하게 풍기는 듯했다.

 

 

오전 이른 시간인데도 묘소를 찾아오는 이가 많았다.

큰절을 하는 이들도 있고.....

10여명이 모여서 연도를 바치기도 있고.....

주변에 무릅꿇고 앉아서 기도를 하는이도 있었다.

 

중계세팅이 완료되자 시간이 한시간정도 있었다.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용인공원묘지가 한눈에 보이는 무등치 산자락에 앉아 조용히 김 추기경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들과

그동안의 실천에 대해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과 만나 짧은 시간 대화해보면

 한결같이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를 삶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추기경께 이끌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난 가끔 째려 보기만 했을뿐인데... ^^;;

그래도 한없이 고맙고 감사할분이 추기경님이시다.

김 추기경님은 다 이실거다. ^^

고맙습니다.^^
 

 

 

 

 

 

 

 

 
추기경에 대한 애상은 공간의 벽을 뛰어 넘었다.

미국 텍사스에서 온 이일신(벨라뎃다·65)씨가 언니와 조카가족과 함께 왔다.

한국에 나와 부모님 묘소를 찾았다가 이곳에 들렀다는 이 씨는 “추기경 선종 당시 미국에 있어 추모행렬과 장례미사를

TV를 통해 접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는데 직접 추기경 묘소에 와 보니 감격스럽다”며 눈물을 훔쳤다.

추모미사가 끝나고 방송장비들을 다 철수하고나서  중계차를 철수하기전에  묘소를 둘러봤다.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해 조용히 묵상하고 싶어 왔다는 신자도 있었다.

“추기경처럼 살아가며 하느님께 다가가고 싶다”고 말한 그는 모두가 떠난 묘소 앞에서 큰 절을 올리고 오래도록

추기경과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김 추기경 묘소에는 하루에도 많은 이들이 잊지 않고 찾아온다.

용인공원묘지 관리소에 따르면 최근의 혹한기로 추모객들이 줄었었지만

추모기간이 다가오면서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특히 날씨가 풀렸을 때에는 평일에도 50여 명이 찾아올 정도며,

주말과 주일에는 100여 명의 추모객이 묘소를 방문한다고 전했다.

 

공원묘원 분들에게 작년부터 일이 많겠습니다 했더니

몸은 힘들더라도 기분은 좋다라는 말과 맑은 미소가 아름다웠다.

 

 


각자 형편도 다르고 사정도 다르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마음 속에 여전히 김 추기경이 함께하고 있음을 믿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무등치 산자락을 내려오는 길은 칼날 같은 바람에 여전히 코끝이 시렸다.

하지만 김 추기경을 찾아 온 사람들을 만나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긴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라는 말 한마디가 차가워진 몸과 마음에 온기를 불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