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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네 살아가는 세상

대륙의 뒤틀림.





아마도 아프리카

 

詩 이제니

 

코끼리 사자 기린 얼룩말 호랑이

멀리 있는 것들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부를 때

나는 슬픈가 나는 위안이 필요한가

아마도 아프리카 아마도 아주 조금

 

호랑이, 그것은 나만의 것

따뜻하고 보드랍고 발톱이 없는 것

 

살고 있나요 묻는다면 아마도 아프리카

아마도 나는 아주 조금 살고 있어요

 

내 머릿속은

반은 쑥색이고 반은 곤색이다

쑥색과 곤색의 접합점은 성홍열 같은 선홍색

 

열두살 이후로 농담이 입에 배었다

옷에도 머리카락에도 손톱 끝에도

주황색 양파자루 속엔 어제의 열매들

양파가 익어가는 속도로 너는 울었지

 

눈을 감아도 선홍색이 보이면

다시 코끼리 사자 기린 얼룩말 호랑이

너무나 멀리 있지만 아마도 이미 아프리카 

나는 하룻밤 사이에도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 



밤새 아주 여러곳을 다니느리 몸이 묵찍하다.

대화를 하기도 하고

언쟁을 하기도 하다가

대판 몸싸움을 하고서야 꿈이려니하고

잠에서 깨어난다.


노래를 하고 두팔을 벌려 분위기 잡는거 보다 훨씬 몸이 묵찍하다.


시인의 머릿속은 빛의 산란이지만

내 머릿속은 대륙의 뒤틀림같은 횡단이다.

클레오파트라가 탔던 배를 타고

노을속 괴테를 떠올리고 

빌헬름에게 편지를 띄운다.


"사랑하는 친구여, 

자네에게 고백하건대, 내 마음을 도무지 진정할 수 없을 때에 

이런 사람들을 보면 광란하던 기분이 모두 가라앉고 만다네. 

그들은 생존의 비좁은 테두리 속에 행복하고 침착하게 살아가고, 

하루하루 근근이 생계를 꾸려 가면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그저 겨울이 오는구나 하고 생각할 따름이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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