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마당에서 북콘서트 세팅을 마치고
중계차에 앉아 쉬면서 폰을 꺼내들고 습관처럼 뒤적거린다.
3G로 헤엄치는중에 눈내린다는 행인들의 말소리에 내리는 눈을 본다.
예전같으면 춥기도하고 귀찮아서 또 눈인가? 했을텐데
아무런 감흥도 없다.
오히려 반갑기도 하다.
가는 겨울의 마지막 눈이길 바라면서
멍하니 점점이 뿌려지는 허공만 바라본다.
눈쌓인 평화누리
그곳의 커피향이 나는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손가락으로 써놓은 마음도 보인다.
.......!
블로그에 몇자 남기고자 들어가본다.
뒤적거리다 호호 손가락에 온기를 넣는다.
입에서 나온 온기가 손가락을 타고
가슴에 들어와 온기를 더해준다.
묵주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비슷하다.
감긴 눈 안쪽으로 다른 세상이 보인다.
키작은 야생화들의 꽃망울...
노랑꽃잎들을 달고 있는 개나리...
예민하게 느껴지는 낯선 바람...
오후 홍차같은 미소가 느껴진다.
몇자 쓰고나니 눈이 펑펑내리고
눈은 쌓이지 않고 녹아 흐르지 않는다.
젖은 땅을 보면서
고인 작은 물웅덩이 비슷한걸 보면서
행인들의 가지각색의 언행이 사뭇 재미있어
또 한참을 바라본다.
이렇게 하늘이 무겁게 드리운날은
신의 눈물같은 막걸리 한사발이 더욱 간절하다.
근무중인 스님이라도 불러내 곡차라도...
이미 갖춰진 설경에 대작할이 없음이 아쉽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지하철.
시집을 펴들고 읽다간 바로 덮어버린다.
머릿속에 붕 뜬 느낌이 든다.
.......
덜컹거리며
흔들리며
문득 성철스님이 수행이 떠오른다.
안으로는 가난을 배우고
밖으로는 모든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다
어려움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이다
용맹 가운데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다
공부 가운데 가장 큰 공부는
남의 허물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
................
지하공간을 빠져나오니
휑하니 눈,비온자리가 찬바람으로 맞는다.
눈이 내린건가?
비가 내린건가?
'찬이네 살아가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본성당 풍경 (3.28) (0) | 2011.03.31 |
---|---|
코끼리 주파수 (0) | 2011.03.28 |
물 낭비 심해? (0) | 2011.03.22 |
대륙의 뒤틀림. (0) | 2011.03.21 |
인도의 계산법 (0) | 2011.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