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작명가 - 김 태 형 - 창비시선 327 108P 어느 작명가가 지은 것은 내 이름만은 아니다 지나가는 이를 불러다 얼마를 주고 이름을 지었다는데 척 이름자를 적어놓고는 장차 시인이 될 운명이라고 했다든가 그이는 그렇게 말했다 한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갑자기 운명이라는 게 다가온 것일까 그게 아니지 싶기도 해서 딴청을 부려보는데 생각해보면 아마도 떠돌이 작명가는 이름 한번 지었다 싶어 그리 말했을 것이다 그 운명이라는 것이 말하자면 시를 쓰다 바람에 구름 한 점 걸어놓지 못하고 떠돌던 자신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처음으로 이름을 지어 불러주는 것 부르고 다시 지워내는 그것은 구름과 바람의 문장이다 그렇게 그가 내 이름을 처음으로 부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딱히 틀린 운명을 살지는 않았던 모양일까 나에겐 그이의 운명도 함께 들어 있는 셈이다
지난 며칠 머릿속에 광풍이 불고, 매파들의 전쟁론을 이해해본다.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않기 위해 다독여보지만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편린들을 주워담을 생각도 없고
있는 모양새 그대로 두기로 했다.
시간은 늘 내편인적이 없었다.
늘 타인의 시간처럼 지나가지만 사금파리같은 앙금만 남는다.
겉으론 웃고 있지만 내가 웃는게 아니다.
거지 발싸개같은 마음을 추스리는데 열중해도 봄날은 다 지나갈것이다.
또 어쩌랴 그대로 둬도 되는것을......!
상두꾼의 요령소리같은 밤들이 주변에 서성거릴때마다
선술집 작부의 흐느낌이 귀에 멀다.
국방부 시계같은 시간들은 지나갈것인데
난 수백년묵은 고서에 실마리를 찾는가?
많은 쥐들이 먹이를 찾지 못하고 있다.
빈약한 그들에게
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치즈가루 한줌을 쥐고 망설인다.
고약가루로 바꿔도 될둣싶다.
덜컹거리는 빈 저녁을 끌고 다니는
무거운 빗방울이 떨어지고
누군가 내가 무엇을 할것인지
내가 무슨말을 하려는지 들어보려는것처럼
기다란 촉수를 유리창에 드리운다.
별들이 너무 작게보인다.
그 별을 자세히 보고 싶지만
하늘 저 높고 저 멀리 있어서
차리리 눈감은 세상으로 본다.
오늘은 다른 사람들은 일하는 휴일이다.
콧구녕에 봄바람이나 쐬러가고싶다.
어느 작명가의 희망을 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