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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네 살아가는 세상

아들과 바다에 나가다.

 


새벽 5시......!

몇개가 동시에 울리는 알람 소리에 온 집안이 시끄럽다.

잠이 덜깬 아들녀석은 웅크리고 꼼지락 거리다 놔두고 간다는 말에 벌떡 일어난다.


잠시후...

화장실에서 형님의가볍지만 묵직한 비명소리에 몹씨 강한 호기심이 발동하지만 

힘주고 있을까봐 물어보진 못한다.

변기가 막혔나...? 

아니면 깨졌나...?

아니면 버튼이 부셔졌나...?

....... 암튼 이거저거 챙기고 나자 형님이 화장실에서 나오신다...!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살짝 인상을 찡그리시며

여드름 치료 세안용액을 짜서 양치를 하셨단다.

우웩~~~!!  ㅋㅋㅋ......

괜찮냐고 여쭤보니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신다.

미안해서 웃을 상황은 아닌데 웃음이 나온다.


서둘러 준비하고 커피까지 챙겨서 

주차장에 내려가니 친구가 오지 않았다.

오늘은 아들녀석때문에 좀 일찍 가서 뒷쪽에 자리 잡고 싶었는데.....

5시 40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나타나는 친구~!

얼른 가기나 하자하고 좌석 벨트를 멘다.


공항고속도로에 들어서기 전부터 자욱한 안개는 

전용도로에 들어서자 점점 심해지고 항구에 가까워오자 더욱 더 심해진다.

맨 늦게 도착해서 부랴부랴 승선명부를 기입하고 배에 오른다.


그리고 기다림이 시작된다.



배에 도착해서 쌀쌀함에 버프 둘러주고, 팔토시는 반바지 입은 맨살에 끼워준다.

자 기념샷으로 .....!

 

6시30분....

"아빠 배 언제 나가?"  ......  엉 쫌 있다 안개가 좀 걷히면 나갈거야

" 아빠 7시가 넘었는데 왜 안나가?"  ...... 엉 안개가 심해져서 걷히면 나갈거야

"아빠 8시가 넘었는데 언제나가?" ......  엉 쫌 있다....!

"아빠 9시가 넘었는데 언제나가?" ......  엉 나도 몰라...!

"아빠 10시가 ........................." .......  !!!

그동안에 벌써 싸온 과자 절반을 비웠다. 

나도 슬슬 짜증이 올라온다. 흐미....!



 

"아들 심심한데 캐스팅 연습이나 하자"면서 바닥 읽는 요령을 가르켜준다.

몇번 연습하자 예전 느낌을 찾았는지 금방 잘 한다.

옆에 아들또래 아이가 망둥어를 잡자 바로 자기도 채비를 해달라고 한다.


오늘 우리는 Lure만 하기로 하고 다운샷 채비만 준비했다.


아들녀석의 보챔에 얼른 다웃샷 봉돌에 작은 바늘을 달아준다.

그사이 배는 슬금슬금 잠진도 앞까지 왔다.

시간은 11시 30분이 넘어서고 있는중이다.



갯지렁이 끼운 채비로 망둥어 한마리 잡더니, 무지 좋아한다.

낚시대는 아무렇게나 팽개쳐두고 잡은 망둥어를 가지고  또래아이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기 바쁘다.



이거라도 잡아서 노느라 보채지 않는다고 하시곤 같이 놀아주시는 형님.



그리고 배가 조류에 밀려 잠진도 앞을 왔다 갔다 한다.

아이폰의 위치정보를 보고 있으니 선장님이 이곳에서 볼락이 가끔 올라온다고 한다.

아들에게 다시 낚시해봐라 했더니 채비를 내리자 마자 릴링을 한다.

낚시대를 보니 휘어져 있다. ㅋㅋㅋ


어떨결에 잡아 올인 우럭...방생싸이즈지만 절대 방생 안한단다.

애럭(애기우럭)을 다치지 않게 바늘을 빼고 커다란 다라에 넣어둔다.



잠시 후 또 릴링.....헉....낚시대가 제법 낭창거린다.

또 손바닥만한 애기우럭이다. ㅋㅋㅋ....

저 표정보라....! ㅎㅎㅎ....

아빠는 이런거 낚아봤어 하는거 같다.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저 거만한(?) 표정.....!!



옆에 서서 이렇게 저렇게 가르켜주는데 이제는 선빵한 자신감인지

표정이 영 아니올씨다에 거만함의 극치.....ㅋㅋㅋ.....

나의 말은 거의 잔소리로만 들리는지 짜증스런 톤으로 "알았어~!"한다.

속으로 요자식봐라....!! ㅋㅋ.... 



입질이 없자..... 잡은 망둥어를 바늘에 끼워 놀고 있다.

진짜 놀고있네~~~!!  ㅋㅋ



아들의 올린 우럭에 탄성을 자아내는 꾼들의 부러움이 부담스러웠는지,

선장은 해경에 전화를 해서 시야도 확보되고 했으니 보내주라고 짜증을 낸다.

 

그리곤 엔진을 돌리고 슬슬 항구에서 멀어져간다.


.......... 잠시후 계속 쓴다..... 배고프다...... ㅠㅠ



12시가 다되어가는 시각에 배가 정식으로 포인트로 출발한다.

포인트로 가는중에 소박한 꿈 (형님은 광어 한마리, 친구는 광어 열마리) 안고 기념샷~!


 

드뎌 광어 한마리 꿈을 이룬 형님.

"꿈은 이루어진다."

 


오늘 목표달성으로 인해 느긋해진 형님......!

광어의 퍼덕거림에 봉돌이 날아간지도 모르시더군요...!! ^^


배스낚시간 쌤에게 바로 염장성 포토메일 날리는 센스...ㅋㅋㅋ


아직 난 손맛도 못봤다.......!^^;;;

수심 21미터 물돌이 시간이다.


 


늦은 점심이지만 맛있다.


옆에 네가지 읍는 사람만 아니었으면 훨씬 맛있었을것이다.

사진에 보면 아들 뒤로 비옷을 입으신 어르신과 같이 온 사위같은데

그 사람의 한마디가 배고픔을 가시게 하는 특효가 있었다.


출발때부터 내 낚시대와 릴를 만지작 거리며 라인을 엉키게 해서 

신기해서 그런가해서 설명도 해드리고 그냥 뒀는데..., PE라인이 두번째 엉키자

심기가 영 아니어서 엉키면 풀기 힘드니까 만지지 말아달라고 했다.


낚시를 하면서는 내내 신경이 쓰였고 우려는 현실로 왔다.

같이 온 사위로 보이는 사람은 반대편에서 낚시대에 릴을 갖춘 초보티가 좔좔 흐르고

내옆의 어르신은 자세채비의 줄낚시를 하는데 노안으로 채비 갖추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니 그러면 얼른 지 낚시접고 채비해드리고 밑걸리면 뜯어도 주고 해야하는데

뒤도 안돌아보고 낚시만 하고 어르신은 밑걸려 뜯기면 또 한참을 채비하고

바다에 담구면 나와 아들의 채비를 휘감거나 그 옆사람의 채비를 휘감거나 하신다.

그래도 다행인건 우리는 다운샷채비라 덜 감지만, 

그 옆의 사람은 몇번 걸리자 짜증 폭발 직전까지 가더니 거리를 확 주고 피한다.

그러는 상황이면 사위가 얼른 자릴 바꿔서 옆에서 붙어있어야지

어르신 벌세우고 지낚시하기 바쁘다....!!  어 ... 후....!!! -_-;;;

 

" 어버님 저는 광어 두마리나 잡았습니다." 

(그러는 아버님은 뭐하셨습니까)라는 말과 상통하는거 같아서

안그래도 뒤틀린 심사 확 숟가락으로 이마를 때려주고 싶은걸 참고

괜히 식사중 깨작거리는 아들에게 뭐라고 한다.


밥이나 맛있게 먹자......!

 


 


점심 먹고도 계속 꽝치고 있는 친구 맹기, 그래도 좋단다......!  ^^

" 꽝치고도 좋냐? " 했더니 

이런 못된 포즈를.....ㅋㅋㅋㅋ 



안개가 몰려다니면서 거의 전설속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는데 

점심 먹고나서는 햇빛이 나면서 더워진다.

 

우럭채비로 바꿔서 몇번 담구시더니 애럭 쌍걸리로 묘기를 보이신다.

여기 보세요...폰을 들이데니 헉 우리 아들 누가 가르켜준것도 아닌데 

입 벌리고 달려든다. ㅋㅋㅋㅋ....

한장 더 했더니 더더욱 다가서는 장난꾸러기 포즈를 취한다.

^^


 

오늘 아들을 대리고 나오면서 혼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했는데

내가 생각하고 있던거 보다 잘하는거 같아서 마음은 편하다.

또래 아이와 어울리는 모습에서 10여년 후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같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눈 높이을 맞추고는...

" 바다에 나오서 욕심부리지마라! "

" 작은 생명이라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

" 하고 싶은 말은 하고, 남을 배려하는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 "

아직은 전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알아듣는거 같다.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이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사진찍고 놀고만 있다.

입질이 오지 않자 귀항하는 분위기고 잠시 후 선장이 마지막 뱃고동을 길게 울린다.

 


 [선사에서 보내온 아들 사진.....]


 

낚시대들을 정리하는 동안 또래아이와 갈매기에게 갯지렁이와 오징어채를 던져주면서 놀더니

혼자서 뱃머리에 앉아 바다를 보고 있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작년과는 훌쩍 달라진 모습에 조금 컸다는걸 내 스스로에게 인정해준다.

그래 세상은 넓고 니가 경험할것과 해야 할일은 많단다.

 

 

배가 항구에 접안하자 각자의 짐만 들고 내리기로 한다.

아들녀석 자기 가방과 낚시대을 안들고 오는 나를 보더니 후다닥 선미로 달려 가더니

자기 짐들을 챙겨서 내린다. ^^ 

덕분에 로드 3개넣어둔 로드케이스를 그냥 두고 내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피곤했던지 금새 잠이들고 도착할 무렵에 깨어난다.

 

얼른 가방과 낚시대만 챙겨서 집에 올라가더니 카트를 끌고 내려온다.

자기가 잡은 생선 한마리를 가족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쿨러와 가방들만

챙겨서 환하게 웃더니 카트를 끌고 간다.

(^________^)

 

모든 사진들은 아이폰으로 찍은것들이고

사진의 위치정보도 같이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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