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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가 찍어놓은 세상

추사 김정희의 봄



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냉준변)


梅高維未異庭 (매고유미리정체)


淸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한 점의 겨울이 송이송이 동그랗게 피어나더니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이 냉철하고도 빼어나구나
매화는 고상하지만 뜰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에서 해탈한 신선을 보게 되는구나.


대정읍 안성리에 있는 추사 적거지(謫居址)에 가면 뜰에 가득한 수선화를 볼 수 있다. 

추사 적거지는 추사가 제주로 유배 와서 두 번째로 머물던 강도순의 집터이다. 

추사가 '세한도(歲寒圖)'를 그리고 '추사체'를 완성했다고 알려진 이곳에 2년 전 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지붕에 들풀을 올리고 밧줄로 묶어 복원한 옛집이 있는데, 그 집 앞에 수북하게 수선화가 피어있다. 

3월이면 꽃이 마르기 시작할 때이지만, 여전히 "흰 구름이 질펀하게 깔려 있는 듯"하다.


대정읍 일대의 수선화는 170여년 전 추사를 사로잡았다.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추사는 지인 권돈인(權敦仁)에게 보낸 편지에서

 "산과 들, 밭둑 사이가 흰 구름이 질펀하게 깔려 있는 듯하고, 흰 눈이 광대하게 쌓여 있는 것 같다"라고 

이곳의 수선화를 예찬했다.




수선화를 그림에 담기도 했고, 수선화를 신선으로 표현한 시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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