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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가 찍어놓은 세상

소변에 담근 필름으로 예술 사진

사진은 다양한 장점이 있는 예술 매체로 인정되어 왔다. 하지만 다른 예술에 비교하자면, 왠지 약간은 덜 개인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붓놀림이나 스케치로 개인적인 취향을 드러내는 미술가와는 달리, 직접적인 예술가의 느낌이 카메라의 기계적인 요소에 조금 가려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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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들은 이 대중적인 예술을 독특한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하와이의 브리짓 블룸이란 작가는 자신의 사진에 정말로 자신의 일부를 남기기로 결정했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블룸은 개가 자기 영역을 집 근처 나무에 표시하듯이 자신의 소변을 사진 현상 과정에 도입한 것이다. 이게 무슨 술책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결과물은 약간 혼란스러우면서도 초현실적인 마술 같은 이미지다. 중요한 건 전혀 소변에 담근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브리짓 블룸은 "실수로 바지에 필름이 들어 있는 걸 모르고 세탁기를 돌린 게 시작이었죠"라고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필름을 망쳤다는 생각에 좀 짜증이 났었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 말려서 현상을 해보았는데 그 결과가 너무 괜찮았죠. 원 이미지에 많은 느낌과 질감이 부가된 느낌이었어요. 그 이후로 다양한 액체에 필름을 담가보기 시작했어요. 아예 현상이 되지 않은 필름도 수없이 많았지만 그건 다 배우는 과정의 일부죠. '떠나다'라고 이름 붙인 사진 시리즈는 처음으로 소변에 필름을 담가 만든 작품이에요. 제대로 현상이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도한 거죠."

bloom

그러면 그 순서는? 첫 단계로 블룸은 컵에 소변을 받는다. 그 안에 필름을 몇 시간 담가놓는데, 시간은 요모조모 조정해 본다고 한다. 꺼낸 후에는 몇 주 동안 밖에서 건조한다. 필름이 완전히 건조되면 카메라에 집어넣고 예전과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그녀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덧붙였다. "어떤 액체로도 가능합니다. 레몬 주스, 식초, 포도주. 세탁기나 식기 세척기에 넣고 돌려도 무관해요."

블룸의 '떠나다' 시리즈는 그녀가 사는 사막 지역에 보내는 사랑 편지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난 원래 사막에서 태어났어요"라며 "지난 몇 년 동안 이곳에서 생활해 온, 나에겐 매우 신성한 장소에요. 집 바로 앞이 사막인데 동이 트는 시간에 맞추어 개와 산책하러 나가요. 그런데 얼마 안 있어 한 사람 두 사람 나처럼 사막을 걷는 사람이 보였어요. 더는 나만의 안식처라는 느낌이 안 들었고, 그래서 이젠 새로운 곳을 향하여 떠날 때라는 것을 느꼈죠. 이번 작품은 사막에 대한 내 감사와 작별이 동시에 담겨있어요."라고 설명한다.

블룸의 이미지는 그녀만의 숨겨진 보금자리와 특별한 액체를 복합한 결과다(소변이여 감사!). 아래에서 그녀 작품을 더 감상하고 의견을 남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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