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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가 찍어놓은 세상

기다림과 떠남

 

 

 

우리가 어디로 떠나든
똑같이 몇 시간이면
그곳에 이를 것 같다.

비행기는 구름 위로 올라
아무 것도 없는 하늘로 들어간 뒤
다시 구름을 뚫고 내려와

다른 곳이라 믿을 수밖에 없는 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똑같은 초록색 도로 표지와

번호가 매겨진 도로들
왔던 곳에서처럼 집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자동차들

굴뚝들이며 창문이
우리가 뒤에 두고 왔다고 생각한
그것들과 똑같다.

라디오는 귀에 익숙한
음악을 내쏟는다. 이윽고 우리가
문을 두드리면 누군가 맞으러 나와

우리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리라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마음으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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