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야산이지만 바로 코 앞에 누워 있는 산엔
약수터와 무언가를 빌고 기도할 수 있는 바위틈이 있고
정상에 오르면 도시의 한 곳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다.
약수터에 오르면 큰 바위 하나가 천 년의 전설 하나쯤 비장한 채
밑으로 굴러내릴 것 같은 폼으로 서 있다.
여기 저기 촛농 자국으로 하얀 동맥줄기를 선명하게 나타내는 그 자리엔
풀벌레 종음을 고하고 찬 이슬 나직이 내려
아직도 제 몸 하나 미처 감추지 못한 억새풀의 성성한 잎파리들이
아이를 낙태한 처녀의 몸짓같은 모습으로 돌아 앉아 있을 때가 있다.
한 때, 몽유병 환자처럼 밤이 이슥해서야 자주 그곳엘 오르곤 했다.
어느새 별은 잉어 눈처럼 껌뻑이고 도시의 야화는 나팔꽃줄기처럼 뻗어가는데
산색은 어둠에 야금야금 먹혀가고 세상에서 제일 큰 별인 달이 보이지 않을 땐
하늘 복판엔 유달리 영롱하게 빛나는 별 하나 재빨리 등불을 켠다.
약수터를 내려오면서 나는 생각했었다.
인생이란 언제까지고 첫걸음만 하면서 살 수 없는 거라고, 언젠가는 내리막걸음을 고하고
다시는 걸음마을 할 수 없는 먼 뒤안길을 가야 한다고, 그러기에 인생은 걸음마을 하는 동안
보름달 빛깔 만큼이나 순수하게 살 것이며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고,
오늘 저 달이야 내일이면 또다시 떠오를 것이지만 그러나 오늘의 달 모습이
내일의 모습과는 같을 수 없는데, 하물며 우리네 인생이야....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것은 얼마간의 추함이 있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것은 영원하리라를 되내이어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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