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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가 소망하는 세상

법정스님의 "가을은"................

 

    동네를 산책하다가 하늘을 보다 폰샷

  

 

가을은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있는
나무들을 볼 때,

산다는게 뭘까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 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 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 중 략 )

오늘 낮
사소한 일로
직장 동료를
서운하게 해준 일이
마음에 걸린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밤
등불 아래서
주소록을 펼쳐들고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 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 중 략 )

사람이 산다는게
무엇일까 ?

잡힐듯 하면서도
막막한 물음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일은,

태어난 것은
언젠가 한번은
죽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생자필멸(生者必滅),
회자정리(會者定離),

그런 것인줄 뻔히 알면서도
노상 아쉽고
서운하게 들리는 말이다.

내 차례는
언제 어디서일까 하고
생각하면

순간 순간을
아무렇게나
허투루 살고 싶지않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

이 다음세상
어느 길목에서인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때,

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두고 싶다.

이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 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않될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 1973년, 법정 스님의 '무소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