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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가 소망하는 세상

국보법으로 구속돼 있는 사진작가 이시우씨 편지

우성이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보내는구나. 아빠가 재판 준비로 할 일이 많았단다.
오랜만에 운동장에 나가보니 노란 꽃들이 폭죽 터지듯 만발하게 피어있구나. 그중에 아빠는 팔을 벌려 가슴을 열듯이 꽃가슴을 열기 시작한 그림의 꽃망울에 시선이 갔다.

꽃잎은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하나씩 펼치듯 하나 둘 꽃잎을 열어가는 중이었다. 아빠는 순서라는 말이 생각났다. 무슨 일이든 한번에 이루어지는 것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 꽃처럼 순서에 따라 열리어 간다는 것을 느낀거지.

순서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하다는 것이다. 순서를 무시하고 조급하게 서두는 것은 일을 망칠수도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신중하다는 것은 두려움을 안다는 것이다. 세상에 두려운 것을 안다는 것과 더불어 자기 스스로에 대해 두려워 할 줄 안다는 것이다.

내가 올바른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돌아볼 줄 알고 내가 틀린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려움은 그래서 떨림이다. 그러나 두려움과 떨림에 주저앉지 않고 꽃잎이 결국 꽃가슴을 열 수 있는 것은 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꿈을 이루려고 하기 때문에 떨리고 두렵고 신중하고 순서를 밟아 나가는 것이다.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에 으뜸은 꿈을 품을 줄 안다는 것이다. 농구도 공부도 우성이가 더 큰 꿈을 가지고 더 많은 꿈을 품고 떨림과 두려움과 신중함과 순서를 잃지 않으면서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2007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