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개
-김용화-
는개 내리는 아침에 먼 길 떠난 사람이 있다
동구 밖에 주저앉아 목을 꺾는 풀꽃들,
하늘 길 따라 밤새 멍머구리 소리 들린 날이었다
<지난 1월에 아들 유치원에서 놀러 갔을때 선생님이 찍어서 보내준 사진>
는개 :: 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
영어로는 a misty rain 또는 a drizzle 또는 a drizzly rain이라고 한다.
오늘 아침에 내리던 빗방울이 는개였던거 같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내 이 싯구절을 읊조리면서 왔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이 비의 정의를 놓고 논쟁아닌 노쟁을 하다가
교양시간 교수님께 물었더니......,
니들은 확실히 소수점 이하를 생각하는 공대생들이라는
얼핏 듣기엔 언짢은 말에 기분 상하려고도 했었다.^^;;
웃으면서 전체 학생들에게 묻는다.
안개보다는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를 뭐라고 부르는지 안는 학생??
넓은 강의실은 침묵이었고, 강의실엔 나 포함 전자공학과 학생 5명을 제외하고 거의가
문과대와 상경대 학생들이었다.
교수님은 웃고 계셨다.
그리곤 칠판에 윗 세구절의 싯구를 써주셨다.
아직도 대학 노트 한켠엔 이 글이 있을것이다.
우리말은 참으로 아름답고 정겹다.
선조들은 우리말을 이렇게나 세분화 시켜놓은 지혜가 있었다.
윗 세구절의 시에도 우리가 숨쉬는 하늘아래도 아름답다.
" 한국에서 살며, 한복을 입고, 한옥에서 살면서, 한글을 사용한다."
위 문장은 요즘 흔희 보고 듣고 하는 말들이다.
그런데 찬찬히 들어보면 이상함을 느낀다.
우리는 외국인이 아니다.
북쪽사람들은 어떻게 위 문장을 생각할까~!
"조선에서 살며, 조선옷을 입고, 조선집에서 살며. 조선언어를 사용한다."라고 쓸까~!?
아니라고 생각해본다.
우리는 언론의 영향을 받아서 언어에도 알게 모르게 분단을 고착화시키려는 버릇이 들어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잠시 전쟁을 멈춘 휴전국이다.
평상시에는 분단국가라고 경제가 우선이라고 떠드는 종족들이
선거때만 되면 휴전국이라고 지껄인다.
가볍게 속아주는 우민들의 센스(?).....!!!
"우리는 이땅에서 잘살고 있다."로 표현해도 이상한점이 한개도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말들이 사라지고 그자리에 외국어가 범람하기 시작했다.
그런게 현학적이라면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아름다운 공동체의식도 점점 사라지고 사회는 점점 긴장하게 만든다.
너......,
나......,
우리......!
는개처럼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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