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케이블카
- 윤영림(1959~ )
당신은 너무 먼 곳에 있군,
안부를 묻고 손을 내밀만큼의 거리가 아니군,
잔인한 인내로군,
겨울하늘 얼음장 같군,
곧 폭풍우로 변할 것 같은 날씨군,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걸까,
식어가는 사랑? (배신 갈등 대립 권태 우울 불안 공포?)
그 모든 자유의 덩어리,
비상하고 싶은 몸?
발화하고 싶은 몸?
그래서 당신은 확고부동을 선택한 거로군,
위태로운 고지에 저리 버티고 있는 걸 보면,
저걸 몰입이라 말할 수 있을까,
참으로 부럽군,
입만 함봉하고 있는 크레믈린이라니!
움직이는 ‘케이블카’가 아니다. 고지(高地)에 고정된 케이블카다.
사랑은 대가를 필요로 한다. 사랑 이외의 행불행을 치러야 한다.
여기에는 이별도 포함된다. 행복한 이별, 그리고 불행한 이별. ‘자유’도 대가를 필요로 한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그레고르 잠자는 변신을 통해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으로부터 해방됐지만,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사랑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자가 쓴 시다.
괄호 안의 “배신 갈등 대립 권태 우울 불안 공포”는 케이블카에 있는 ‘당신’만의 것은 아니다.
시적 주체의 몫이기도 하다. <박찬일·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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