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삶..
소들이 사냥개의 통제에 따라 하루종일 논에 나가 일을 하고..
가끔 한번씩 사냥개 통제 하에 풀밭에 가서 풀을 뜯고,
매일밤 녹초가 되어 외양간으로 돌아와서 여물을 먹는다...
주인 기분이 좋으면 좋은 음악도 틀어주고 새끼를 많이 낳으면 주인이 기뻐하며
여물을 좀 더 주기도 한다...
통제에 잘 따르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죽어라고 일하면 별로 맛은 없지만..
생을 이어갈 수 있는 여물도 얻고, 제한된 조건하에서 교미라든가, 수면, 풀밭 산보 등의
눈꼽만큼 정도의 자유는 주어진다..
그리고 항상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라는 메시지를 주입반복해서 듣는다...
가끔 내가 왜 사는 거지?
내 삶의 의의는 뭐지?
이 삶의 진실은.. 정의는.. 뭐지?
나의 뿌리는.. 역사는 뭐지?
내가 속한 이 사회는 뭐지?
나를 통제하는 이 여물.. 그리고 인간과 충직하고 잔학한 사냥개들은 뭐지?
물음을 던져보지만 속시원한 해답은 얻을 수 없다...
자꾸 그런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많이 하면 주목을 받고 찍히게 되며 동료 소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솔직히, 그런 물음 따위 안중에 없이 그저 긍정적인 자세로...
왜 사는지, 여물의 의미, 인간과 개들의 의도 따위에 대해서 아무 생각없이
그저 복종하면서 채찍을 피해 열심히 일하면서 사는 소들이 대부분이다...
주기적으로 몇몇 동료들은 트럭에 실려나간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어떤 동료 소 한 마리가 트럭에 실려나가면 도살되는 거라고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어떤 소도 그 소의 발언에 관심도 갖지 않고 믿지도 않는다...
비웃음을 당하던 그 소는 왕따로 따돌림당하다가 얼마 전 트럭에 실려나갔다..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 소가 말했던 바에 의하면 주인인 인간 한명과 개 서너마리에 비해
우리 소들은 덩치도 크고 힘도 세며 숫자도 가히 백마리에 육박한다는 거다..
힘을 합쳐 주인에 맞서면 끝없이 펼쳐진 너른 풀밭의 맛있는 풀들과 마음껏 누릴 자유가 주어진다는 거다..
사실 주인의 채찍과 개의 사나운 이빨이 무섭긴 하지만...
소들이 깨어나 조직된 힘으로 대항하기만 한다면 그들과는 게임이 안 된다는 거다..
그러나 그 소가 다른 소들을 하나하나 만나가며 얘기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그냥 현재의 통제된 생활에 만족하는 거다...
맨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느라 힘들다느니,
여물이 점점 형편없다느니 불만을 말하면서도 정작 바꾸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래도 통제만 따르면 채찍도 안 맞고 여물도 제때 주니 굶어죽을 걱정이 없지만..
막상 자유래봐야 누가 먹여주고 재워줄 것이냐며 그냥 이대로 살련다고들 한다...
저항을 했을 때 닥칠 운명.. 주인의 무서운 채찍과 개들의 사나운 이빨이 마냥 두려운 게다....
게다가 그 소가 선동을 하는 듯한 낌새를 챘는지...
주인이 다른 소들보다 먼저 그 소를 도살장에 데려갔다....
아무리 깨어있는 소라 하더라도 그 소 한마리의 힘으로는...
혼자서는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다...
소문을 듣자하니 도살장 앞에서 반항하고 주인의 통제를 벗어나 도망가다가
인간 경찰들까지 출동해서 총을 열 방이나 맞고 뒈졌다고 한다...
오늘도 외양간에 설치된 TV에서는 주인님을 찬양하는 뉴스,
사냥개들의 뛰어난 활약을 홍보하는 뉴스가 끝없이 반복되고...
반항했던 그 소를 극악하고 사나운 반체제 폭도라 맹비난하는 뉴스속보가 이어진다...
체제에 불순하고 반항하면 총 열 발 맞고 뒈지는 비참한 최후만이 기다린다며
살벌한 멘트가 이어지자 모든 소들이 그 큰 덩치에 안 어울리게 벌벌벌 떨면서
자기 새끼인 송아지들에게 얘기한다..
"저 뉴스 봤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절대로 저항하거나 하면 안 돼!!
저런 선동적인 소들 곁에는 가지도 마!!
자꾸 소들끼리 많이 모여 숙덕숙덕하면 의심받을지도 모르니 너는 그저 네 여물,
네 일이나 신경쓰고 개들과 주인님께 절대 복종해야 한다.. 알겠지?
그리고 항상 욕 같은 거 절대 하지 말고...
특히 개나 주인님 앞에서는 고분고분해야 해!! 알겠지?
불의나 거짓을 봐도 꾹 참고 넘어가!!
폭력은 절대 안 돼!!
어떠한 짓을 당하더라도 폭력은 안 돼!! 때리면 맞고 죽이면 죽어!!
눈 감고 귀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고 밥이라도 먹고 사는 법이야..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하면 저 소처럼 죽는단다..
너만 죽니? 네 새끼송아지들까지 죽어...
권력에 줄을 서서 머리를 조아리며 그저 여물이라도 먹고 살려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 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해라!!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야!!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면서 살아라!
너는 뒤로 빠져라!! 알겠지?"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 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외양간에서 TV를 보며 길들여진 저 어미소들이?
그런 어미소들에게 굴복의 정신을 배운 송아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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