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찬이네 살아가는 세상

관안열전


안영(晏嬰)의 자는 평중(平仲)으로 래(萊)의 이유(夷維) 사람이다. 

제나라의 영공(靈公), 장공(莊公), 경공(景公)을 섬기며 절약과 검소함으로 제나라의 정치를 힘써 행하여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다. 제나라의 제상이 되어서는 식사를 할 때에는 고기반찬을 두 가지 이상 먹지 않았고 

아내에게는 비단옷을 입히지 않았으며, 조정에 있을 때는 군주의 묻는 말에는 곧고 바른 말로 대답하고, 

묻지 않으면 곧은 행동으로 일을 행했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군주의 명에 순응하고 도가 없으면 그 명이 옮고 그름을 가려 행했다. 

이와 같이 함으로 해서 3세에 걸쳐 그의 이름이 제후들 사이에 빛나게 되었다.


월석보(越石父)라는 제나라의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죄수 속에 있었다. 

안자가 외출했다가 길거리에서 그를 우연히 보고 그의 마차를 끌고 있던 왼쪽 말을 풀어 속죄금으로 내고 

월석보를 꺼내 자기의 수레에 태워 집으로 데리고 갔다. 안자가 월석보에게 아무런 인사도 하지 않고 내실로 들어가더니 

오랫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자 월석보가 안자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안자가 크게 놀라 의관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다음 공손한 태도로 월석보에게 말했다.


「이 안영이 비록 어질지는 못해도 그대를 곤경에서 구해주었다고 할 수 있는데 

어찌하여 그대는 이렇게 빠르게 절교를 하겠다고 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군자는 자기를 몰라주는 사람에게는 몸을 굽히나,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존중을 받아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내가 조금 전에 죄수의 신분이었을 때 그들은 나를 알지 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부께서 이미 나를 위해 속죄금을 내고 풀어 준 이유는 곧 나를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나에게 예로써 대하지 않는다면 나는 차라리 죄수들 중에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안자가 이에 월석보를 맞아들여 상객으로 삼았다.



안자가 제나라의 상국이 되어 외출을 할 때, 그의 수레를 모는 어자(御者)의 아내가 문틈으로 그의 남편을 엿보았다. 

남편은 재상을 위해 수레 앞에 오르더니 햇볕가리개를 크게 펴고 사두마차를 끄는 말에게 채찍질을 하며 의기양양한 

모습을 하며 스스로 매우 만족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남편이 돌아오자 그의 아내가 이혼을 청했다. 

남편이 그 까닭을 묻자 아내가 말했다.

「안자(晏子)는 키가 6척도 채 안 되는 데, 그 몸은 제나라의 상국이고 이름은 제후들 사이에 높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첩이 외출하는 안자의 모습을 보니 뜻과 생각이 깊었고, 항상 스스로를 낮추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8척이나 되는 키에 다른 사람의 종복이 되어 그의 수레를 모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당신은 스스로 만족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첩은 당신에게 이혼을 청하는 것입니다.」

그 후로 그 남편은 스스로의 마음을 자제했다. 마부의 태도가 예전과 달리 공손해 진 모습을 본 안자가 이상하게 여겨 묻자 

마부가 사실대로 고했다. 안자는 마부를 천거해서 대부로 삼았다.


기분이 좋아서 우쭐대는 모습을 의기양양, 득의양양 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출전이 바로 사기의 관안열전에 나오는 "마부"의 이야기이다.

나는 이와 얼마나 다른가!!! 


자신의 지위와 배경을 제거한 뒤에도 오롯이 자신을 세울 수 있는 

나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한 나력없이 지위와 배경에 근거한 우쭐거림은 모래위에 

위태롭게 쌓아올린 누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