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 20대 여성들 사이에 뒷주머니에 아이폰을 절반 정도 꽂고 다니는 게 유행이라는 얘기를 듣고 "왜 그렇게 불안하게 꽂고 다니냐"고 했더니, "원래 여자 바지 주머니에는 폰의 절반 밖에 들어가지 않아서"라는 답을 들었다.
앞주머니는 어떠냐고 했더니 거기도 원래 얕아서 별로 차이가 없단다. 그나마 주머니가 있는 바지가 그렇고, 무늬만 주머니인 경우에는 그것도 불가능하단다. 남자 바지는? 폰이 다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깊다.
그러니 남자들은 양손을 써야 할 일이 있으면 폰을 주머니에 넣으면 되지만, 여자들은 손에 들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 그 결과, 여자들은 길에서 폰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손에 들고 다니는 시간이 길어지고, 남자보다 손이 작기 때문에 같은 폰일 경우 떨어뜨릴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다.
전에도 쓴 적이 있는 얘기지만, 언젠가 내 주변에서 스크린이 깨진 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없이 여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서강잡스 김학민 씨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깨진 스크린 교체를 맡기는 손님 중에 여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스크린 교체는 90%가 여자 손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것도 결국 핑크 택스(pink tax)의 일종이겠다 싶었다. (미국에서 많은 여성들이 면도기를 살 때 여성용이 아닌 남성용을 산다고 한다. 남자용이 더 싸기만 한 게 아니라, 성능도 훨씬 더 좋기 때문에 여성용을 살 이유가 없단다. 굳이 여성용을 사면 핑크 택스를 내는 거다.)
작은 주머니, 혹은 주머니의 부재가 몸매를 돋보이기 위한 여성들의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세 살 짜리 여자아이들의 바지에 주머니가 없는 건 어떻게 설명할까? (아이들이 어릴 때 한국에서 보낸 예쁜 바지에서 처음으로 '무늬만 주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여자 껀 원래 그래"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말이 있다. "여자들은 일상 생활에서 불편을 겪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조건화가 되었다." 남자보다 나쁜 조건, 불편한 물건, 위험한 환경에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한다는 거다. 세 살 때 자기 바지에 주머니가 없는 걸 깨닫는 것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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