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Moral Ecology(신자의 도덕적 생태계)
1.
평범한 사람이 목사가 되면 한없이 과부하가 걸린다.배운 것도 없고, 읽은 것도 없다. 자기를 내세울 수 없으니, 은혜나 영성에 매달린다. 거기서 권위를 얻으려 한다.
하지만 은혜나 영성은 매우 모호하고 내재적인 것, 비판 지성의 세계에서처럼 객관적 검증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도나 개나 영성 가면을 쓰고 영성을 자랑하는 영성 집회 목사가 된다.
이런 목사가 자랑하는 은혜와 영성은 우리를 자의의 세계에 빠지게 만든다. 나에게 좋은 것은 은혜, 나쁜 것은 은혜가 아니다. 비범은 영성, 일상은 비 영성스러운 것이라 여긴다.
이런 종교 놀이에 빠지면 영성 놀이꾼, 소위 부흥사의 밥이 된다. 신학적 판단 능력도 없으면서 평신도들은 상투적으로 은혜 놀음을 한다. 심심하면 판돈처럼 헌금 내고 영성 놀이하러 다닌다. 보따리 싸서 교회나, 영성 집회, 기도원을 전전하고 은혜받은 것을 자랑한다.
거기서 뭘 보고 뭘 배워 올까? 상식을 부정하는 비지성이다.
2.
신앙생활의 연조가 깊은 신자는 자기의 감으로 영성과 은혜를 저울질하며 서당 개처럼, 무당처럼 영성의 세계에 대해 풍월을 읊는다. 이렇게 자란 신도나 목사는 예수가 어디로 가시는지 오리무중이다.
신자들은 이런 환경에 의해 자기도 모르게 정신적으로 포맷된다. 신자의 도덕적 생태계가 이렇게 병든다. 예수와 별로 상관없이 예수가 아닌 교회를 위한 예배, 하나님이 아닌 교회에 바치는 헌금, 하나님이 아닌 사람을 즐겁게 하는 찬양, 교회 확장, 성장을 위한 헌신 …등등으로 포맷된 것이 이들의 신앙생활이다.
이런 포맷 전문가인 영성가에 의해 열심을 내라고 요구받고, 그가 제시한 무수한 모범 사례에 의해 자신의 주체가 갱신 대상으로 해석된다.
영성가에 의해 해석되는 신자는 해석하는 이의 꼭두각시가 된다. 감격스러운 고백이 신앙의 모범사례로 소개된다. 되돌이표 부호 앞에서 매주 지치지도 않고 평생 반복한다.
바쳤더니 주시더라!
매달리니 낫더라!
헌신하니 축복받았다!
기도하니 해결되더라!
주님만 보니 평화가 왔다!
마귀의 시험을 이겼다!
유혹을 이기고 승리했다!
저 윗자리는 비어있다!
절대,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
이기기 위해서 산다.
결국, 내 이성을 부정하며 믿었더니 높고, 강해지고, 부자 되고, 건강해지고, 영생의 확신 받았다는 요지, 결국 삼박자 구원이 전부다. 그럴듯하다.
그런데, 이런 신자들이 이승만 찬양하고 박정희 독재자를 지지하고, 이명박을 뽑아주고, 박근혜 뽑고, 윤석열 김건희를 감싸고 지지한다. CCC, 내비게이터, CCM, 별의별 성경 공부, 멤버십 훈련 코스를 밟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자본주의 공리로 해석된 삶,
축복받는 삶,
목적이 있는 삶,
풍성한 삶을 살기 위해,
모범 사례의 증거인 아주 큰 교회에 나간다. 큰 교회 멤버십만 가져도 자랑스러운 것이다.
많이 가지고,
더 높아지고,
더 행복하기 위해서,
예수 이름을 부르며 찬양한다.
멀쩡한 여인들이 춤도 춘다.
해피, 해피, 해피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 기독교가 자랑하는 복 받는 비결, 예수만 바라보는 삶이다.
이걸 사회과학적으로 보면, 하나님의 축복은 정말 있을까?
OECD 38개 나라 중 경제적으로 최고로 불평등한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하나님은 이런 사회에서 뭘 하고 계시는 것일까? 어떻게 신자를 가려내 축복하시는 것일까?
부유한 강남 대형 교회 교인들은 왜 잘 살까? 어떤 교회 목사는 너무나 가난한데, 왜 강남 교회는 돈이 차고 넘칠까? 800억 비자금을 감춰둔 교회도 있었다. 한국 기독교의 하나님은 강남 대형교회만 축복하시는 하나님이신가?
대한민국 국민소득 평균은 4,800만 원(36천불), 4인 가족이라면 가계 연 소득 평균 1억 9천200만 원씩 나눠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왜 전 국민 중 30%가 연 소득 400만 원 미만(4인 가족 가계 소득 월 130만 원 이하)이고, 상위 1%(약 19만 2천명이 1인 연 소득은 평균 4억 7천만 원)가 국민 총소득의 12.6을 가져가고 있을까.
상위 10%(의 평균 소득은 1인 1억 4,644만 원)가 국가 총소득의 40을 가져가는 대한민국. 그 나머지를 90가 불평등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 누구는 먹을 것이 없어, 라면 훔쳐 먹다가 감옥에 간다.
도대체 한국의 하나님과 교회는 어떻게 강남 교인만 축복하고 싸고도나? 이런 교회가 과연 예수 정신이 있는 진짜 예수, 성서의 예수가 맞나? 그 예수는 신자를 교회의 노예로 만드는 예수, 신자에게 순종하는 교인이 되라는 요구만 한다.
세상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나누며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지 않는 예수다. 정신이 온전한 사람은 견디기 어렵다. 교회 역사를 몰라도, 삼위일체를 이해하지 못해도, 예수 사상이 뭔지 몰라도, 신앙과 사회 관련성이 뭔지 생각하지 않아도, 포맷된 대로 교회에 다니면 좋은 신자라고 인정하고 돈도 내면 장로 권사로도 세워준다.
그래서 이명박이도, 황교안이도, 최재형이도 교회 장로다. 그들의 연 수입, 재산은 얼마나 될까? 교회가 자랑하는 모범 사례가 이런 부류다. 영성가인 목사가 신자의 주체를 하도 많이 긁어내서 신자에겐 제 생각이라는 것도 없다.
심지어 착하게 살려거나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행실보다 믿음이라고, 믿음대로 바치고 충성하는 것이라고, 경쟁시키며 가르친다. 최고 악은 교회와 목사를 멀리하는 것이다. 불순종하는 것, 헌금 안 내는 것, 교회 안 나오는 것이 죄악이다.
정의롭게 살자, 평화롭게 살자, 평등하게 살자, 자유롭게 살자, 연대하며 살자, 세상을 섬기며 살자고 절대로 설교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모두 기독교를 도덕이나 윤리로 환원시키고 착각하게 만드는 사설,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로 기독교인을 오염시키는 것이라며 도덕 폐기론을 가르친다.
신앙 의인이지 선행 의인은 아니라고 귀가 닳도록 가르친다. 두 가지 다 하면 어디 덧나는 일이 생기는지 두 손 들어 사레질치며 그거 아니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신자들은 독재자가 와도, 전쟁이 일어나도, 자기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감옥에 가도, 여전히 힘이 센 이만 뽑는다.
“돈이 최고여, 장로도, 돈이 있어야 행세한다니까요. ”
“ 흠이 있어도 다 용서해 준다니까요.”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다 갚아준 거라고요.”
“믿음, 순종, 헌금, 헌신만 하세요. 예쁜 신자, 복 받으실 겁니다.”
“이렇게 신자가 바라는 복이란 수고도 안 하고 삼박자 구원 받는 것이지요. 공부요? 노력요? 성실하게요? 그래서 실패하고 쫄딱 망해서 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들고 나온다며 교회에 나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하나님이 복을 주셔야 돈도, 건강도, 영생도 선물로 받는 거예요. ”
그런데 이들은 오늘도 가계소득 하위 30%, 50%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실은 이렇다. 이들 중에 시기와 질투, 경쟁력이 강한 이들이 남을 밀쳐내고, 경쟁에서 이기고 살아남아 고위공무원, 판검사, 의사, 교수가 되어 상위 10%에 들어간다.
축복받은 상위 10%에 들어가는 법을 강남 신자들은 알고 있다. 그러니, 평등, 평화, 인권, 기본소득, 이런 소리를 하면 철없어 보이는 것이다. 아니, 그런 소리를 하는 것들은 불평등을 타고 앉아 특권을 누리는 자, 강남 사람들, 사회 지배층 특권을 누리는 이들의 공동 적이라 간주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오랜 사회적 가치 공동선을 주장하면, 상위 10%의 공동의 적이 되는 이유다. 오늘의 기독교는 공동선을 지키고 있을까? 아니면 공동 악을 척결하겠다며 태극기를 들고 있을까?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교회 신자 대부분이 하위 70%에 속하는 데도, 공동선은 좌파 빨갱이 사상이라며 태극기를 들고 나선다는 것이다. 속내가 무엇일까? 이들은 상위 10에 속하는 목사들을 열심히 섬기면서 자기 자식들이 상위 10%의 축복을 받아 우리 사회 90%를 밟고 승리하기를 하나님께 기도하도록 교회에서 해석됐기 때문이 아닐까?
3.
혼자 생각하며 살면, 양심을 따라 살 수 있지만, 교회에 다니면 양심이 아니라 교회에서 포맷된 대로 살아야 정상인 줄 안다. 교회는 오늘의 기독교 신자를 부도덕하게 포맷하는 기계가 된 것이 아닐까? 예수의 가르침, 성품과는 아무 상관 없이, 자본주의 사회 상류층 10%에 드는 이들을 하나님 축복을 받은 선민이라 여기는 도덕적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기독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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