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 진상규명 촉구 기사를 보다가 몇자 적는다...
DJ 자신에게 당시 납치사건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살아가며 누구나 한두번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선다지만, 정치권력에 의한 비밀공작에 의해 무자비하게 이루어진 납치사건이라면 그 공포와 좌절은 한 개인이 감내하기 힘든 수준이었을 것이다. 아마 지금도 생각하면 치를 떨거나 잠잘 때 가위 눌릴 만큼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하다면, DJ 자신이 최고권력자의 지위에 올랐을 때 이 문제를 제일 먼저 파헤치고 싶었을 것이다. 진상을 파악하고 거기 연루된 인간들을 손봐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가슴에 묻어둔 한을 풀고 싶었을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또한 단지 개인적인 복수 차원이 아니라, 이땅의 정의와 민주를 위해서라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픈 의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DJ는 못했다. 집권시에도 못했고 아직까지도 미결의 과제로 남아있다. 그리고 다시 애타게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상황에 머무르고 있다. 국가보안법 또한 DJ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갔지만, DJ는 집권 중 그 법의 폐지에 대해 입도 뻥끗 못했다.
세상 일이란 게 이렇다. 일국의 최고권력자라 하더라도 손바닥 뒤집듯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물론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박정희나 전두환 때는 안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다. 적어도 DJ 이후 민주화가 정착된 우리나라 사회는 그러하다. 세상이 변했고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인간들이 참 많다. 그것이 문화적 지체(Cultural Lag)이든 고정관념이든 매너리즘이든, 결코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
보수한다는 인간들은 그들대로, 진보한다는 인간들은 또 그들대로, 대통령이 아직도 무소불위의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지고 있느냥 몰아댄다. 대통령을 공격하는 자들은 여전히 대통령이 국세청이나 검찰 등의 공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는 것인양 설레방 친다. 또 한편에선 왜 오늘 당장 국보법을 폐지하지 않는 거냐고, 의지가 있느냐고, 삿대질을 해댄다. 그런 목소리들이 섞이다 보니, 조선일보과 민노당이 자연스럽게 한편에 서는 해괴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떤 얘기를 해도 좋다. 하지만, 일단 최소한 세상이 변했다는 것은 인정하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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