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중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순대국밥집에 들렀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한달에 두번 있는 휴일로 문이 닫혀있더군요.
아홉시. 어중간한 시간이라 손님없는 식당에 들어가는 것도 미안스러웠습니다.
털레털레 들어오는 길에 마음을 끄는 집이 있었습니다.
들어갔더니 주인같지는 않은데 종업원이라기엔 주인의식이 있어보이는 분이 맞았습니다.
간판의 생우럭탕이 불러서 왔는데 값이 어마어마하더군요.
그래서 오천원원짜리? (시킬땐 육천원이었는데 나올때 오천원을 거슬러주더군요.)
생태탕을 시켰습니다.
훤히 보이는 주방에서 혼자먹기엔 남아돌듯한 큰 뚝배기에 탕꺼리를 앉치면서
때를 맞추어서 드시지 어중간하게 오셔서 실장님이 안계셔서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탕에다가 무척 신경을 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반찬을 먼저 내왔는데 김치, 깍두기, 오징어젓, 시금치나물, 무말랭이, 총각김치.
이렇게 여섯 가지의 정갈한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부글부글 끓는 탕은 조금 더 지나서 나왔습니다.
탕을 대하자 보이는 것에서 이미 맛이 느껴지는데 이 맛을 혀로 느끼는 순간,
어제의 식객에서 느낀 감동의 맛이라날까요?
내가 배가 고파서 그런가!~ 하고 생각할 겨를도 미뤄두고 뚝딱 해치웠습니다.
그러고는 아줌니께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꿉벅 드렸지요.
그랬더니 아줌니왈~
첨끓여보는 거라더군요.
어쩌다가 실장님이 주방을 비워서 다른 메뉴로 음식을 내긴 했지만
생태탕을 끓여서 내긴 처음이었다구요.
어쩌면,
처음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했을때의 그 부담감은
무난한 실력의 소유자 보다 마음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
잘해보고자 하는 그 마음이 음식에 배어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다시 첫마음이 그립습니다.
박노해 시인의 싯귀처럼요.
옮겨봅니다.
첫마음 -박노해-
한 번은 다 바치고 다시
겨울 나무로 서 있는 벗들에게
저마다 지닌
상처 깊은 곳에
맑은 빛이 숨어 있다.
첫마음을 잃지 말자.
그리고 성공하자.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첫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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