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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가 소망하는 세상

주보 보시고 우리 교회 한 번 나와 보세요.

포근한 봄 날씨다.

9일, 집안 대청소하기 좋은 날. 고무장갑을 끼고 걸레를 빨고 있었다.

그때 요란한 초인종소리가 들려온다.

그럴 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 오면 괜스레 짜증이 난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장갑 낀 손으로 거실로 나왔다.

"누구세요?" 비디오폰에 비쳐진 얼굴은 생판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는 아주 씩씩한 목소리로 "네, ○○ 교회에서 나왔는데 주보 보시고 우리 교회 한 번 나와 보세요"한다.

난 성당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 집 현관 앞에는 성당 교패가 붙어 있다.

난 그에게 "거기 붙어 있는 성당 교패 보이지 않으세요"하고 물었더니 "네, 알고 있는데요.

그래도 우리 주보 한번 보세요"하는 것 아닌가.

난 그들의 태도가 참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전교를 하고 싶으면 아무런 교패도 안 붙어 있는 집을 방문하든지.

 

버젓이 어디 다닌다는 교패가 붙어 있는데도 왜 그러는 건지.

하지만 그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먼저 살던 단도주택에서도

"○○ 교회에서 나왔는데 오늘 성경구절은 ○○인데 대화 한번 나누어 보려고요.

천국으로 가는 길을 이야기 해보려고요" 등으로 바쁜 사람의 발목을 잡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파트로 이사온지 1년여가 지났다. 

어떤 때는 화장실에 앉아 있거나 샤워 중에도 벨소리가 들려오곤 했었다.

확인 안 하고 싶어도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본 적도 수차례였다.

특히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공동현관입구에는 카드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아마도 같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의 집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길이거나

다른 사람이 들어올 때 따라 들어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의 말에 "지금 바쁩니다"하고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았다.

현관 밖에서 2~3사람의 말이 들려오더니 계단으로 내려가는지 올라가는지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날 초저녁 무렵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딸아이 집을 놀러갔다.

잠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초인종소리가 들렸다.

 

딸아이가 "누구세요"하고 물었더니 낮에 우리 집에 왔던 그 여자들이었다.

딸아이가 누구세요 하는 소리에 들려오는 그들의 답변은 나한테 했던 소리와 똑같았다.

난 딸아이한테 "그냥 바쁘다고 해라"했다.

그러나 딸아이는 "그러세요. 그럼 우리 성당에 한번 와보실래요"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에 그들도 할 말을 잊었는지 조용해지고 말았다.

딸아이의 방법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나도 다음에는 그 방법을 써야겠다고 했다.

 

아무리 전교를 하고 싶어도 천주교를 다닌다거나 불교를 다니는 집,

또 자신과 다른 교회를 다니는 사람한테는 그러는 것은 왠지 '룰'을 어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종교의 자유가 있는 우리 나라. 내가 믿는 종교가 소중하면 타인의 종교도 존중해 주어야 할 것이다.

 

정말 전교를 하고 싶으면 성실과 근면한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또 자신이 믿는 종교를 누군가가 믿고 싶어 한다면 그들을 잘 인도하는 것이 진정한 종교인이 아닌지. 

그런 반면 스포츠뿐 아니라 신양생활에서도 페어플레이 정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중에 나의 경험을 들여줬더니

그는 3대째 개신교를 믿는 집안이라고 하면서

몇몇 개신교 교회의 잘못된 전교교육을 꼬집으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말을 들으면서 언뜻 생각난게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파된거 시기와

천주교가 전파된 시기와 개신교가 전파된 시기를 가늠하고 있었다.

 

"우리집은 족보가 생겨나기전부터 불교믿는 집안있데......! "라고 말한

지인의 목소리가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