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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네 살아가는 세상

논산 훈련소에 가을 맞는다.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가을을 맞이하다.

저번 금요일부터 새벽 출근에 늦은귀가...

그리고 출장이었다.

주말 아침 벌초하러가는 차량들로 인해 이미 고속도로는 꽉 찬 느낌이다.

정면으로 비추는 햇볕과 더딘 속도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랴

다시 눈을 감아보지만 잠은 오지않고 눈감고 이생각 저생각 차창밖으로 날려버린다.

 

                     < 숙소 마당에 한켠에 있는 까마중( 깨금), 익으면 까맣게 변하면서 단맛이 난다.> 

 

시나브로 엷은 노랑색을 띄는 들녁을 지나

논산에 들어서고 좁은길과 낮은 지붕들이 정겹다.

 

남자에게 훈련소란 탈피의 장소이면서

날개를 만드는곳이라 생각하지만 

이 나이 먹고도 긴장되는건 왜일까?

 

             < 햇볕이 잘든곳이라 그런지 벌써 가을 분위기를 내는 벗나무>

 

정훈장교가 다가와 반갑게 맞아준다.

어색하기도하고  서로 인사하는 사이 

아~~ 내나이가 앞에있는 대위계급단 군인보다 

많다는 사실에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

 

                     < 낙엽은 굴러도 대지는 살아있다.>          

               

그렇게 시작한 주말 녹화는 사소한 장비의 말썽을 빼고

무난하게 전군 60여개의 별들의 다소곳함으로 마무리했다.

 

적응하기 싶지않는 군인막사같은 숙소와 식사.......

 

                   < 사진 가운데 있는 낙엽은 밤새 귀뚜라미가 가을을 알리고 여명에 쉬고 있는 귀뚜리의 집이다.>

 

별들 총총한 하늘은 그곳엔 없고

술잔에 막연한 그리움과 회한을 털어넣곤

폐깊은 곳의 술향기를 뺏어낸다.

 

          < 가을이 영글어가는 들녁>

제법 서늘함이

여명과 스치어 상쾌함을 더한 고요한 일요일 아침.

 

도로엔 차들이 간간이 고양이 가래 끓는 소리를 낸다.

 

이왕 나선길 얼마되지 않는 시내를 돌아

논뚝길도 걸어보고 

도로 옆길에 앉아 바람의 눈을 찾아도

아는이 없는 그곳엔  가을 맞은 허수아비가 햇볕을 반한다.

 

                   < 셀카의 달인이 되기위한 연습^^ >

아직도 풀리지 않는 군문의 수수께끼 같은것들에

웃음이 묻어난다.

 

 

술자리의 뻐쩍지근함을 대충 정리해주고

창문을 열어놓고 아직도 코골이 오케스트라의 볼륨을

밖으로 날아가게 한다.

 

                   < 우담바라???  풀잠자리 알입니다. 자세히 봐야 보이는데 운좋게 걸렸다.>

 

나무그늘에 앉아 새벽꿈을 잠시 생각해본다.

아버지의 웃는 모습....... 내겐 많이 잊혀진 모습이었는데

마음 한켠부터 괜실히 밝아져온다.

 

 

긴 장대를 구해와 익은 밤을 털기도하고

두발로 익숙하게 발을 까발기기도해

굵진않지만 제법 많이 땄다.

 

 

나처럼 긴 장때로 따는 사람도 있을것이고

햇빛에 영글어 떠진 밤을 줍는 사람도 있을것이고

잣밤이 익기만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것이고

그런데 이곳에 오롯이 나 혼자이다.

조용함에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크다.

 

 

시커먼 훈련병들을 보면서 

나의 과거의 모습이 투영되어 

배시시 웃는다.

화톳불속의 불깡통들로 보인다.

젊음을 의무와 속박과 절제로 생각많은 훈련병들...

 

 

반복되는 교육훈련들속에

가수들의 노래와 가슴벌렁거리는 스피커 음량에

불깡통의 화기를 맘껏 팅겨내는 광경은

은근히 부러움과 긴장된 흥분감 마져든다.

 

 

그렇게  훈련소의 이틀저녁 일을 마친다.

술한잔의 뒷풀이에 긴장을 푸니 긴 하품만오고

몇 순배돌던 잔들은 자제를 가르킨다.

 

                        < 컵라면에 쐬주한잔 저녁치곤 쪼끔 부실하다. 길바닥에 앉아도 맘은 편하다.>

 

돌아오는 막히는 고속도로

 집에 이른 새벽에 들어와 잠시 눈을 붙이고

무거운 출근을 하여 국방부시계처럼 더딘 하루을 보낸다.

 

           < 좌부터 스텝차 기사, 나 , 스텝들이다. 다른 스탭들은 차 앞쪽에 있어 안보인다. >

 

사무실을 나서기전 수녀님께서 전해준 선물

강의듣는 내내 읽고 또 읽어 또 읽다보니

미소짓게 한다.

 

수녀님이 전해준 전문을 옮긴다.

 

 

해지는 곳과 해 뜨는 곳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고, 잠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리저리 부는 바람이며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눈이며

무르익는 곡식을 비추는 햇빛이며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숨죽은 듯

고요한 아침에 깨면

나는 원을 그리며 포르르 날아오르는

알 수 없는 새이며

밤에 부드럽게 빛나는 별입니다.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습니다.

 

죽지 않았으니까요


-해지는 곳에서 어느 인디언-

 

 


어제와 이제가 만나는 곳


사랑하는 그대여,

좀더 가까이 귀에 대고 말하자면

바람, 눈, 햇빛, 비

그 어느 것도 나는 아니요

그들 속에 나는 없답니다.


뺨을 스치는 바람 속에서 살아 있음의 환희를 느끼고

온 몸 가득히 햇빛을 받으며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준 모든 사람들을 생각하고,

어림없는 날갯짓으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새와

아득히 높은 하늘에서 빛나는 별을 보며,

반짝이는 눈으로 무한을 바라보고

영원을 꿈꾸는 그대의 마음속에

나는 살아 있답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거기 서서 지난날을 돌아보며

우리가 함께 했던 기쁨과 슬픔

위로와 상처를 불러 모아

연금술사처럼 모든 것을 사랑으로 바꾸고 있는

그대의 가슴 속에 나는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요

-해 뜨는 곳에서 어느 코리언-

 

위 두시는 서로 횡으로 마주보고 있어야 제맛인 모양이다.

 

참 멋진시에 멋진 답시다.

 

천호성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입구 벽면 석판에 

쓰여진 그곳에서 받아 써오지 못함을 아쉬워했는데

이렇게 다시 볼 수 있어 너무 반가웠다.

 

고단함보다는 더디가는 시간들이 

자루한 하루였다. 

 

...............

강의 중간에 나와 빈 사무실로 나와

블로그질하는 재미도 쏠쏠하구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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