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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네 살아가는 세상

목도리 단상

 

아침 출근길...

온 세상이 하얗고 밝은 세상입니다.

 

종종걸음으로 지하철을 타러 가는 중 

어릴적 어머님의 목도리가 생각이나서

맘속 연필을 들고 드로잉을 합니다.

 

작은듯한 그물코형식으로 폭은 한뼘정도

길이는 두발정도였던거 같습니다.

 

두툼한 굵은 울로 짠거같은 하얀색 목도리...

 

눈보라 치는 밤에 손수레를 끌고 옆동네에서

넘어올때 언덕받이에 다다르면 북풍의 칼바람이 분다.

바람을 피해 숨어든 눈들은 한쪽 언덕 밑으로 비스듬히 쌓이고

손수레는 힘겹게 언덕을 오른다.

 

와들와들 떨면서 장갑낀 손을 옷소매를 잡아늘려 덪씌워 손수레 뒤를 민다.

바람이 겨드랑이를 사정없이 훑고 지나가면 반사적으로 움추리고 손수레는 멈춘다.

 

춥고 짜증난 내게 조용히 다가와

내 새끼 춥겠구나 하시며 둘러줬던 하얀 목도리......!

눈만 빼곰히 보이게 칭칭 둘러주시곤 웃어보인다.

아직 어머니 체온이 남아있는 목도리는 보드랍고 너무나 따뜻했다.

하얀 어둠도 물리칠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당신께서도 많이 추우셨을텐데......!

 

미끌거리는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이 장면을 쓱쓱 그리고 있습니다.

출근길 내내 지워지지 않았던 그림 한장입니다.

 

.........................

 

출근해서 자판기 커피 한잔을 들고 창밖을 보고있는데

직원 한명이 다가와선 '형 나 위로좀 해줘'합니다.

40에 가까운 나이의 직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그 직원의  어머님이 위독해서 매일 병원에서 대기하는 중입니다.

병원에서 오늘부터 모든 진료를 그만하자고 해서 싸인을 해줬답니다.

 

11년전 나를 봅니다.

어머님의 죽음앞에 초연해 질 수는 절대 없습니다.

이 친구의 아픔이 가슴으로 전해옵니다.

말없이 어깨를 토닥거려 줍니다.

......!

중계를 나오면서 "00야 생명은 하느님의 권한이지만 편안하게

그 분께 돌아가시게 하는것도 자식된 도리 아닐까. 기운내라."

짧은 문자 메세지만 넣습니다.

......!   

 

나이들고 병들어 병상에서 약해져가는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손끝에서 허리로 이어지는 통증도 공감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렁거리다 또르르 흐르는 눈물보다

멍든 가슴이 훨씬 안타깝고 짠하지만, 따뜻함이 아름답습니다.

 

힘든 시간들은 지나가겠지만 회한은 남을것입니다.

사람이니까 견뎌낼 수 있는 힘을 희망을 낼 수있을것입니다.

 

 

 

녹화 중 휴식시간에 우두커니 성모상을 바라봅니다.

세상의 모든 고통을 보통 사람으로서 겪었을 성모님이라는 생각이 들자

내 어머니와 디졸브되어 슈퍼임포즈되어 있습니다.

 

아~

자식위해 모든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고

인내하셔야만 했던 어머니입니다.

 

당신의 어머니입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초 하나, 또 초 하나를 봉헌하고 뒤돌아 섭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쌓인 눈을 밟으면 터벅거리는 발걸음에

햇쌀이 눈부시게 반짝입니다.

 

본시 물방울이었다가 함박눈으로 변해 세상을 환하게 해주곤

본 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반짝거립니다.

변하지 않는것이 사람만이 아니고 자연의 위치인 모양입니다.

 

 

나의 맘속 스케치북엔 목탄으로 그려진

어머니의 목도리가 그려져있습니다.

 

이러다 조만간 붓을 들겠다고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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