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함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끈적끈적한 날씨가 많은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식중독이라는 불청객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뉴스 곳곳에서 식중독과 관련한 소식들을 접할 수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던 위탁급식업체의 부실관리로 많은
학생들이
식중독 사고를 당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습니다.
철저하게 관리해서 공부로 심신이 지쳐 있는 학생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겠습니다.
저희 또래(74년생)들은 급식이라는 말이 매우 생소합니다.
초중고를 다니면서 한 번도 급식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등학교 때에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공부로 보통
도시락을 2~3개씩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때 들던 가방이 어찌나 무거웠는지
지금까지 한 쪽 어깨가 약간 처져 있습니다.
힘들었던 학교시절 가장 즐거웠던 일은 어머니가 싸주시던 도시락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먹고 또 먹어도 배고프던 시절. 도시락을 먹는 일은 학교생활에 청량제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는 처절한 생계대책(?)이 있어야 했습니다.
당시 점심식사 시간은 앉아서 밥을 먹는 친구들과
일어나서 밥 먹는 친구들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일어나서 어떻게 밥을 먹을까요?
다름 아니라 자리마다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반찬들이 있으면 덤벼드는 하이에나족들이었습니다.
특히 어떤 친구가 특이하고 맛있는 반찬(장조림, 참치, 햄 등)을 싸오는 날이면 그 자리는
난리가 납니다. 저도 햄을 싸와 한번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야, 기도가 햄 싸왔다.”
“으디냐 으디?
(우르르) 퍼버벅.(반찬 찍는 소리)”
7~8명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포크를 마구 찍어댑니다.
심지어 경쟁을 너무 심해 포크로 손을 찍어 유혈이 낭자했던 적도 있습니다.
물론 맛있는 반찬을 싸온 학생은 하나도 먹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한마디로 전쟁터가 따로 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반찬을 보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이 창안되었습니다.
뺏고 보호하는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 중 몇 가지 방안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이런 일들을 아직 당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한번쯤 써보면 좋겠지요.
도시락 하단부에 반찬 묻어두기
가장 고전적이고 원시적인 방법입니다. 맛있는 반찬이 준비되는
날이면 어머니에게 반찬 통을 준비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그 반찬을 도시락 하단부에 한 겹 쫙 깔고 밥을 넣는 것입니다. 맨 위에는 밥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듯 해보였습니다. 처음 한두 번은 성공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밥 전체를 떠가는
하이에나들이 생겨 밥까지 굶어야 하는 후유증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반찬통 이중 플레이
좀더 교묘해진
방법입니다. 맛있는 반찬과 맛없는 반찬을 도시락 통에 따로 보관합니다. 하이에나들이 득세할 때에는 맛없는 반찬 통을 꺼내서 밥을 먹습니다.
최대한 밥은 천천히 먹어야 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식사를 마쳤을 때 맛있는 반찬 통을 꺼내서 먹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도 후유증이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휴식을 즐길 수 없다는 것과 늘어나는 설거지로 인해 어머니께 듣는 잔소리가 심한 장애요인으로 남았습니다. 또한 친구들에게
집단 왕따를 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간차 공격
이 방법은 도시락에 변화를 주지 않고 시간의 변화를 주는
방법입니다. 정상적으로 도시락은 싸오되 식사시간의 변화를 줍니다. 점심시간 한 시간 전이나 후에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처음에
성공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도 허점은 있었습니다. 먼저 만성적인 위장장애를 얻을 수 있고, 교실에 풍겨나는 냄새로 인해 선생님께
질책을 듣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나중에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 하이에나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영역
확인하기
가장 지저분하지만 효과가 좋은 방법입니다.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반찬을 꺼내자 말자 하이에나들을
몰려오기 전에 자기 타액(침)으로 반찬에 영역확인을 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을 쓰면 몰려오는 하이에나들이 캡쳐된 화면처럼 정지해 버립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온갖 욕을 날리면서 다른 쪽으로 몰려갑니다. 효과는 좋지만 후유증으로는 지저분한 인간으로 찍할 수 있고, 가끔 전혀 거리낌
없이 먹는 하이에나들에게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입니다.
하이에나로 변하기
가장 최후에 모두들 이렇게 변합니다.
몇번 당하고 나면 하이에나로 돌변합니다. 처음에는 얌전하게 밥을 먹던 친구들도 어느새 하이에나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눈빛은 마치 하이에나와
같이 굶주림에 젖어 있는 눈빛입니다. 어슬렁거리다가 먹이가 포착되는 순간 맹수가 먹이를 포획하듯 붕 날아서 먹이를 낚아챕니다. 하지만 이 방법도
허점이 있습니다. 학기말에는 모든 친구들이 하이에나로 변하기 때문에 먹잇감 자체가 사라져버릴 때도 있습니다. 하이에나들은 반찬은 싸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창 시절 왜 그리 남의 반찬이 맛있어 보였을까요?
당시 친구들과 같이 먹던 도시락은 세상의 어떤 비싼 음식보다 맛있고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비록 현재보다 맛있는 것들이 귀한 시절이었지만 여러 반찬을 한 밥통에 몰아넣고 비벼 먹는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의 추억은 저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모든 학교가 급식을 하고 있는 요즘에는 위와 같은 추억을 맛보지 못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급식을 우리 학생들이 먹을 수 있다면 따뜻한 급식의 추억이 새롭게 자리
잡을 수 있겠지요.
매일 맛있는 급식을 먹을 수 있다면 어른이 되어서 친구들과 모여 맛있게 급식
먹던 일을 추억하겠지요.
제발 제대로 된 관리로 우리 어른들이 학생들의 추억을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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