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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가 바라보는 세상

망가지는 내수



올해 경제성장률은 대단히 안 좋다. 1.4%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본은 물론 선진국 평균보다도 낮다. 21세기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전세계에서 나홀로 불황이다. 경제성장률은 내수 + 순수출이다. 수출은 의외로 나쁘지 않다. 특히 3분기부터는 완연한 회복세다. 

문제는 내수다. 내수는 올해 3분기까지 마이너스다. 이는 대단히 극단적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내수가 마이너스인 적은 09년, 20년 단 두 번밖에 없다. 올해가 3번째다(3분기까지).

그런데 98년 내수 마이너스인 이유는 명확하다. 외환위기 때문이다. 09년 마이너스인 이유도 확실하다. 금융위기 때문이다. 20년도 마이너스인 이유도 정확히 코로나위기 때문이다. 그럼 23년도 마이너스는 도대체 무슨위기일까? 

혹자는 가계부채, 자산가격 하락으로 인해 돈을 민간이 소비여력이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꼭 그런건 아니다. 내수는 민간영역과 정부영역으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의외로 민간소비, 민간투자는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다. 계속 플러스를 유지한다. 문제는 정부다. 정부소비, 정부투자 모두 마이너스다. 즉, 마이너스 정부소비가 우리나라 전체 내수를 마이너스로 만들고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2023년 3번째 겪는 내수 마이너스 사태를 ‘정부재정위기’라고 명하고 싶다. 

과거 기재부는 경제위기를 정부 재정지출을 늘려서 방어하곤 했다. 98년 민간소비가 –12%일 때 정부지출을 4%로 확대해서 경기둔화를 방어했고, 09년 민간소비가 0.2%에 불과할때도 정부지출을 무려 6.7% 늘렸다. 코로나인 20년에도 민간소비가 –4.8%로 쪼그라들자 정부는 5%로 늘렸다. 그런데 올해는 민간은 나름 고군분투하면서 선방하고 있는데 정부가 민간소비, 민간투자를 끌어내려서 내수를 마이너스로 만들었다. 즉, 경제위기를 해결해야 할 소방수인 정부가 오히려 불을지피고 다니는 꼴.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왜 올해 정부는 지출을 안하고 있을까? 당연히 국세수입이 무려 60조원 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수입이 좋지 않다고 지출을 마음대로 줄일 수 있을까? 세입예산과 세출예산은 라임만 같지 의미는 전혀 다르다. 세입은 예측(estimation)영역이다. 소득세가 100조원 들어올것으로 예측했지만 90조 들어올수도 있고 110조 들어올 수도있다. 세출은 배분(allocation) 영역이다. 작년에 이미 639조원을 쓰기로 여야 합의로 확정된 사안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639조원을 쓰기로 여야가 확정했따면 행정부는 639조원을 써야 한다. 자의적으로 지출을 덜 하는 것은 근대국가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그런데 국회가 정한 639조원을 자의적으로 쓰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전년보다 60조원을 덜 지출한다. 경기가 안좋으니까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작년에 여야 합의로 정한 639조원이라도 제대로 쓰라는 얘기다. 
특히, 작년에 여야 합의로 정한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주어야 할 교부세 교부금 23조원을 자의적으로 안 준다고 한다. 여야가 정한 금액을 자의적으로 주지 않을 수 있는 법적 근거조차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행정안전부는 지방정부에 교부세를 덜 준다고 통보하면서 공문조차 주지 못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수십조를 임의로 덜 지급하면서 공문조차 못보내고 있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지방정부에 임의로 교부세, 교부금을 덜 주는 행위를 막고자 제법 많은 노력을 했다. 한겨레 등 언론에 컬럼을 4차례 쓰고 삼프로나 여러 방송에도 억지로 나가서 언급했다. 무엇보다 많은 국회의원과 단체장이랑 만나고 설득하고 국회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특히, 민변과 참여연대 등 도움을 받아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당사자의 비협조였다.

자신이 국회에서 심의하고 확정한 교부세 교부금액을 기재부가 임의로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도 야당 국회의원은 별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지금 24년 예산안 심의가 한참이다. 그런데 예산안 심의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국회에서 얼마가 정해지던 간에 기재부가 자기가 알아서 지출 금액을 정할 수 있다면 예산 심의 자체가 의미가 없다. 

단체장에게 헌재소송 참여를 독려를 해도 특별교부세나 보조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두려워 하더라...

한 국힘당 소속 단체장은 민주당 단체장에게 “이건 당신네들이 나서야 한다. 우리도 교부세 임의삭감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정당이 여당이라 대놓고 반대하기가 어렵다”고 까지 말했다. 그런데 야당 단체장 들은 국힘당 단체장에게 이런 말까지 들어가면서도 “우리도 무서워요”라고 하면서 의견을 못낸다.

내가 어떤 단체장쪽에... “아니 조금 무섭더라도(난 사실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 모르겠다) 제대로 액션을 하고 대통령의 잘못된 일을 지적하면 단체장님이 정치적 자산을 얻고 유명해져서 여의도 갈 수도 있다”고 설득하기도 했는데...

“저는 별로 유명해지는 것도 싫고 여의도 가는 것도 싫다”고 하시더라... 요즘 단체장분들은 정치적 꿈이 있다기 보다는 재선이나 한 번 더 했으면 하는 공무원마인드가...

올해 재정수지 적자가 –40조원은 넘고 내년에도 –45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참고로 지난정부 첫추경, 첫본예산 둘째 본예산인 17년 18년 19년 재정수지는 +24조원, +31조원, –12조원이다. 오히려 이번정부 재정수지가 건전재정에 크게 위배된다. 입만열면 건전재정을 추구한다는 윤정부 재정수지가 왜 지난정부보다 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할까? 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왜 수입이 줄까? 감세영향도 있지만 경기영향이 더 크다. 왜 경기가 안좋을까? 정부 지출 감소가 내수경기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부지출을 임의로 줄여서 내수가 악화되고 내수가 악화돼서 세수가 줄어들고 세수가 줄어들어서 재정건전성이 줄어드는 악순환 고리에 빠졌다.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수준의 내수 부양이 필요하다. 

요즘엔 전세계 어느나라도 재정건전성(fiscal soundness)를 얘기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최근에는 재정건전성이 아니라 재정의 지속가능성(fiscal sustainability)을 고려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출이나 국가부채가 너무 많아도 안 되지만 너무 적어도 안 된다. 가장 적절한 수준의 재정지출 규모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가장 적절한 수준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그래서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 작년 여야가 정치적으로 합의를 해서 올해 지출규모를 639조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감추경조차도 없이(정치적 합의조차 없이) 기재부가 임의로 지출규모를 줄이고, 내수를 쪼그라뜨리고, 세수입이 줄어들고,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는 악순환고리가 만들어졌다. 

암튼, 그래도 헌재소송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서 이제는 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오랜만에 페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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